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사진1]이책의 저자인 슈마허가 주장하고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올바른 길(道)’이다.

그가 주장하는 진정한 발전의 길은 근대적 성장과 전통적 정체 중의 택일이라기 보다는 발전을 위한 올바른 도정을 찾는 말하자면 물질주의의 우매함과 인습적 전통주의의 정지간의 중용이라 할 수 있다.

슈마허의 정치경제학의 특징은 한 마디로 반근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유기적이고 소규모 지향적이며, 반경제과학적이다. 슈마허의 경제학은 오늘날 경제학의 주류인 과학적 경제학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과학의 모든 가정, 전제가 되는 심리학적 형이상학적 근거까지도 의문시하고 비판 도전함으로써 경제과학을 전면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는 반경제과학적이었다.

그리고 슈마허의 소규모지향적 무정부주의 경제학은 사회주의적 가치와 밀접히 연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경제체계보다는 복합경제체계를 선호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따라서 사유기업의 규모가 너무 거대해 구성원 개개인의 정서적 내지 실질적 동참을 박탈치 않는 한 다양한 형태의 사유기업이나 사적 소유는 환영하고 있다. 슈마허의 경제학에 있어 거대한 규모는 적이며 죄악이다. 왜냐하면 규모의 거대함은 비인격성의 모체일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필요나 요구에 둔감하게 되고 추상적이며 무절제한 권력독점이나 권력남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슈마허가 그의 저서를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명명한 것은 이에 연유하는 듯하다. 그는 작은 것은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편하고 즐겁고 지속적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핵심은 ‘적절한 테크놀러지론'이라 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에 의해 창조됐지만 나름대로의 법칙과 동력에 따라 고도로 복잡해져서 인간의 필요에 부응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인간적, 반인간적 모습을 창출했으며 인간의 천부적 본성과 반하는 이른바 ‘테크놀로지 문명’의 모체가 됐다.

따라서 슈마허는 이러한 위기로부터 벗어나 인간존재의 의미나 삶의 목적에 바탕을 둔 진정한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천부적 본성에 부합하고 삶의 원천인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며 천연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 이제까지의 경우와 다른 차원의 테크놀로지의 창조가 필요하다고 이책을 통해서 주장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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