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서울대공원은 가벼운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산 속에 들어앉은 대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아닌 게 아니라 산림식물이 발산하는 피톤치드와 테르펜은 유해한 병균을 죽이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한다. 또 음이온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는 등 문명병을 없애준다.

대공원이 좋은 이유는 이것 뿐이 아니다.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하면서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동물들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아이의 순수함을 닮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대공원에 가면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많다.

얼마 전 취재 때문에 대공원에 갔다. 워낙 좋아하는 장소인지라 일을 하러 가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과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을 지키자는 내용을 홍보하는 청소년들을 취재하느라 곰사 앞에서 두 시간 가량을 보냈다.

먹이를 먹을 때 인사를 하는 모습 때문에 매스컴에 많이 보도됐던 북한산 반달가슴곰 두 마리는 단연 인기가 최고였다. 아직은 자그마한 곰 두 마리가 사육사에게 먹이를 달라고 인사를 하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두어 시간동안 곰사 앞에 있으면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과자며 오징어 등 곰들에게 먹을 것을 던지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보고 반응하는 곰들이 신기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안으로 먹을 것을 던져 넣었다.

서울대공원 함계선 주임은 “곰들이 배탈이 나서 많이 고생한다. 더 큰 문제는 어린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어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그릇된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사육사에게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는 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지 심히 걱정스럽다. 인간에게는 동물을 지배하고 다스릴 권리와 더불어 보호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인식 속에는 의무는 없고 권리만 있는 모양이다.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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