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 없어 연내 거래방침 무산 위기
- 시장메커니즘 따라 기업존중 절실


정부가 금년 말까지 탄소배출권을 팔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막상 뚜껑도 열기 전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관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탄소배출권 시장 개설 방침이 효율적이지 못함을 지적한다. 말로만 시장 메커니즘을 고려한다고 했지 실제로는 1차 수요자라고 밝힌 에너지 공기업들과는 아무런 논의가 없이 단독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공급자만 있지 수요자는 아직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기형적인 모습의 유령시장이라는 얘기다.

탄소배출권을 팔겠다는 기업 즉, 탄소감축사업 등록업체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을 사야 할 수요자인 신재생에너지 공급협약 공기업들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아직 탄소배출 감축이 의무화되지 않은 국가이며 따라서 금년 안에 굳이 배출권 구입으로 돈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열리더라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며 정부가 책정한 예산으로 배출권을 모두 구입해야 하는 이상한 모양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8월 정부 합동위원회 회의에서 발표된 ‘기후변화 대응 신국가전략’은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국내 배출권거래시장 활성화와 세계 CDM 시장 진출 등을 제시했다.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국이 개도국 등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한 후 UN에서 감축실적비례 배출권을 받으면 거래가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CDM 등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는 2천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조성하고, 배출권거래 전문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시장규모 확대에 따라 펀드규모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탄소펀드나 시장이 국내에서는 아직 미미한 여건이지만 일단 시장 자체가 없었던 국내에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탄소펀드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둘 다 가진 모델이며 단순히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을 지원하면서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특수한 목표를 갖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인센티브 지원, 감축실적 수요창출 등을 통해 국내 시장 활성화 도모와 해외시장 적극진출을 이루고 2012년까지 국내 탄소시장 규모가 4478억원까지 확대되고, 이중 국제시장에서 거래가능한 규모는 약 4343억원으로 전 세계시장의 1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우리나라도 이산화탄소 의무감축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시장 개설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이해를 구하고 참여를 촉구하는 노력을 적극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메커니즘을 정부가 나서서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 또한 국내의 에너지 다소비업종 및 기업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발생하게 될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 등 시장메커니즘에 기업 스스로가 적극 뛰어들어 활용해야 한다.

살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시장판만 벌여 떠들어봤자 목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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