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책 사라진 정부안
미래에너지 비전 선보여야


지난 12월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192개국에서 약 1만명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는 교토의정서가 종료되는 2013년부터 기후 변화를 막고자 전 세계가 어떤 대응을 할지를 놓고 갑을논박을 펼쳤다.

이 갑의 정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본과 캐나다, 을은 유럽연합(EU)으로 밝혀졌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갑 측과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을 측의 공방은 결국 별 알맹이 없는 ‘발리로드맵’이라는 쭉정이 문서만 남긴 채 폐막됐다.

발리 협상은 구체적인 온난화 가스배출 감축 목표치를 정하지 못했다. 대신 온난화 가스배출을 '상당히 감축(deep cuts)한다'는 애매모호한 목표만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저감은 세계 속에서 한국사회가 감당해야할 몫이며 미래사회 성장을 위한 과제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와 관련 1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기후변호대책위원회가 열려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을 논의 확정지었다. 이 대책안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 기후변화대응 정책의 기본 틀이 된다. 정부는 4차 대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미래비전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뜬금없는 ‘원자력 발전’이다.

‘우리에게 원자력이 미래비전이 될 수 있는가?’ ‘하필이면, 원자력이라니…’라는 의구심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질문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발생 국가이면서 세계 6위의 원자력에너지 발전국가이다.
원자력발전은 치명적 사고위험성뿐만이 아니라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우리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후손에게 수천 년을 이어 보관의 의무를 지울 방사성폐기물을 양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훗날 옛 조상의 슬기로운 지혜쯤으로 평가받으리라는 확신이 있는가 보다.

영국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정부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을 검토한 ‘저탄소 경제에서의 원자력’이란 보고서에서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다. 독일에서는 17기의 원자력 발전소 중에서 2기가 문을 닫는 것을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소 퇴출이 진행중이다. 우라늄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우라늄 채취 과정에서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검출된다.

우리사회가 정말 지속가능한 사회인가? 근시안적인 행정을 펼치는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라면 우리사회는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차 이행기간이 시작되는 2013년부터는 기후변화 의무감축국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개도국 중 온실가스 증가율 1위인 나라에서 내어놓은 대책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현직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써 인류가 처한 현실에 너무 무감각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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