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중함 담은 아름다운 그림책

[#사진1]이 책은 사람들에게 사로잡혀 서커스 코끼리로 고단한 삶을 산 늙은 코끼리가 숲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며 죽는다는 내용의 그림책이다.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라는, 어린이 그림책으로는 제법 무겁고 진지한 메시지를 서커스 코끼리라는 친숙한 소재로 풀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무리하지 않고 찬찬히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살아 숨쉬는 존재는 모두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며 동등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이 책의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그림책이 동물을 사람에게 쓸모있는 도구로만 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삶과 죽음 전반에 대한 성찰적인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숲으로 간 늙은 코끼리가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진흙목욕을 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소나기를 맞으며 노는 장면 그리고 실컷 놀고 나서 지친 코끼리가 높은 곳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연못에서 몸을 씻는 장면은 마치 의식을 치르는 듯하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상처와 더러움을 씻어내며 삶을 마감하고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 코끼리는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우리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을 다른 생명의 주인으로 착각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불행하게 살아야 했던 코끼리 이야기로 이 책을 읽으면 코끼리의 슬픔은 가슴으로 느껴지고 숲으로 간 코끼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는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이 책은 우리에 갇혀 사는 코끼리에게 행복을 돌려주고 싶게 만들고 모든 생명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코끼리가 숲의 일부가 돼 남듯이 이 그림책도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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