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로 메우고 인공습지 다시 만들어
인간과 생태의 조화? 인간의 관점일 뿐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해양수산부는 때 맞춰 충남 서천갯벌을 연안보호습지로 지정해 세간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그즈음 갯벌 현장체험이며 해양생태계 사진전, 갯벌생태 안내인 통합 워크숍, 한국습지학회 정기학술발표대회 등 관련 행사들이 즐비했다. 습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적절한 시기였기 때문이라 보인다. 이러한 행사들로 매스컴과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습지를 코에 비유했다. 인체에서 코는 숨을 쉬는 기능을 담당한다. 숨 쉬는 기능이라 함은 단지 공기를 마시고 내뱉는 작용 이상을 의미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나 악취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코는 자정작용을 통해 맑은 공기를 폐로 전달시키고, 나쁜 먼지가 인체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재채기를 하는 반응을 나타낸다. 인체에서 코의 역할을 대지에서는 습지가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매우 적확한 비유였다.

사실 서천갯벌은 서해 여느 갯벌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서해를 가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대부분 서해안 갯벌은 흔하디 흔해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흔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흔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주로 잊고 살기에 동네 뒷산에 있는 물웅덩이나 연못, 서해 갯벌 등에 대한 소중함을 종종 놓치곤 한다. 때문에 람사르협약에서 우리 동네 물웅덩이를 국제 습지로 지정했다고 하는 말에도 시큰둥할 수밖에.

최근 지역마다 공원 조성시 인공습지나 생태습지원 등을 빼놓지 않고 설치한다. 이는 습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관광지구로 개발이 한창인 인천 영종도 테마파크 공사나 경기 시화호 등 멀쩡한 자연습지가 묻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전히 습지는 흔한 것으로 치부된다. 한쪽에서는 인공습지를 만들면서 또 다른 쪽에서는 자연습지를 매우고 있으니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은 테마공원이 만들어지면 어차피 연못과 같은 습지를 조성할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다.

갯벌과의 친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갯벌체험 또한 문제다. 갯벌의 소중함을 알고 인간과 생태의 조화를 꾀한다는 것이 오히려 생태 파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 모양이다. 지자체나 이벤트 회사, 방송 매체 등이 가세해 대책 없는 갯벌체험을 장려하고 있다. 무분별한 갯벌체험은 자칫 저서 생태계를 파괴해 자연정화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저서생물은 갯벌 지면부터 불과 20~30㎝ 깊이에 서식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발로 밟고 뒹굴고 하다보면 저서 생태계 파괴는 순식간이다. 외국의 경우 갯벌체험 지역을 따로 지정해 그 지역에서만 사람들이 뛰놀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인간과 생태의 친밀함을 도모한다는 발상은 인간의 관점이다. 저서생물 시각에서는 순전히 인간들이 자기네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고 종족이 죽어나가는 전쟁과도 같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습지의 날을 기해 각종 이벤트를 늘리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재단하는 감탄고토의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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