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 CO₂ 감축 할당량 받을 것
지금 필요한 것은 ‘현상유지’ 아닌 ‘감축’


환경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8년 업무계획에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치를 설정해야할 의무는 사실상 없다.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국 10위라는 오명과 2013년부터 시작되는 2차 의무감축 기간에 선진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 대비를 위한 결정이라고 보인다.

어쨌든 감축 의무는 없기 때문에 굳이 목표치 설정을 할 이유는 없었지만 국제 사회에서의 국가적 위상과 환경, 산업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 아닐까 판단된다.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은 때보다는 꽤 진일보한 셈이다.

하지만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2.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행 유지 수준으로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환경부의 설명은 조금 실망스럽다. 현재 상태를 유지만 해도 실질적으로는 감축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물론 환경부의 설명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5년 후까지도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2005년 수준으로 현상 유지만 해도 감축 효과가 있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결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005년 현재 한국은 약 6억 CO₂톤에 가까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이는 1990년의 3억1000만 CO₂톤에 비해 거의 100% 정도 증가했다.

지난해 발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유럽연합(EU)은 선진산업국들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를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반발로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EU의 제안대로 온실가스 감축량이 정해진다고 했을 때 한국은 2020년까지 현재보다 70% 가량 감축해야 한다.

환경부 발표대로 2012년까지 2005년 대비 현상 유지를 한다면 2013년부터는 이 기준에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3년부터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감축량을 할당받을 것으로 보여 단순한 우려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국내 경제적 피해가 2100년에는 연간 최대 58조 원, 누적 피해액은 92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교토의정서를 준수할 경우 11조 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지구 온난화에 적극 대비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면 산업 부문의 피해가 클 것을 우려해 정부가 어떻게든 대상국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을 이해 못하진 않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감축은 필수불가결하다.

환경부가 전지구적 환경을 고려해 지금이라도 온실 가스 감축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 환경부의 바람직한 판단일 것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