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넘치는 글과 150여 컷에 담긴 본격 교양서
저자의 생명력 넘치는 글과 150여 컷의 생태사진이 국내독자들에게 생소한 죽은 나무의 삶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푸른 잎을 달고 서 있는 건강한 나무와 화려한 색깔의 꽃들이 숲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썩고 부러진 나무가 어떻게 당당한 숲의 구성원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생태학 교양서다.
지금껏 국내에서 오래된 숲이나 죽은 나무를 다룬 책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정도가 전부였다. ‘나무의 죽음’은 고사목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교양서로는 국내 최초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국내에는 낯선 이야기이므로 어렵고 지루할 수 있지만 저자는 기존의 저작에서 보여줬듯이 문학적 감성이 느껴지는 특유의 문체와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고 깔끔한 설명으로 자연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함께 실린 사진은 지금껏 숲의 싱싱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봐왔던 독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울 만큼 볼품없고 칙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숲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부러진 줄기와 썩은 낙엽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뭇등걸을 뒤덮은 이끼와 수피에 핀 버섯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그 무엇보다도 생생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몰랐던 오래된 숲과 죽은 나무의 경이로움을 가장 잘 전달해준다.
죽은 나무는 숲을 끊임없이 진화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오래된 숲을 더 이상 적막하고 음산한 공간이 아닌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영원한 삶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죽은 나무가 숲의 위대한 유산인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죽은 나무의 아름다운 후반생을 통해, 생태계의 경이로운 순환 과정은 물론 삶에 대한 열정과 아름다운 죽음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정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