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경기지역 시민단체들의 대운하 반대 운동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선관위가 환경단체 등이 벌이고 있는 대운하 건설 반대집회와 거리 서명 운동 등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운하 건설이 선거에서 각 정당 간 쟁점이 되고 대부분 정당이 선거공약으로 채택하고 있어 이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이다. 이는 유권해석 번복 사유가 되기엔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대운하는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쟁점이 됐고 최근까지도 각종 토론회와 강연 등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 국민들의 의견을 막겠다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또한 선관위의 이번 결정이 선거중립이 아닌 어느 정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부르짖는 반대 목소리를 막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대운하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사안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이에 집중되고 있다.

전 국민을 속인 채 대운하를 비밀리에 추진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선관위는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를 차단하겠다고 나선 선관위의 해석을 이해할 수 없다.

한편 최근 국정원과 경찰이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의 교수들을 접촉해 성향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은 사정기관에 이어 정치적으로 중립된 제3의 기관조차도 권력의 편에 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선관위는 선거 중립 의무를 이행해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에 대한 유권자들의 풍부한 논의와 토론을 허용해야 한다.

<최재승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