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는샘물보다 수돗물 보급이 우선
‘수돗물 불신’ 근본 해결책 먼저 제시해야


오는 10월부터 페트병에 든 수돗물이 생수처럼 시중에 판매된다. 현재는 서울시 ‘아리수’나 수자원공사 ‘K-워터’ 등이 각종 행사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환경부는 7일 수돗물을 팔지 못하도록 한 수도법과 먹는물관리법을 개정, 페트병 수돗물을 상점에서 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수도사업자들이 별도의 처리 절차 없이 수돗물을 병에 넣어 판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며, 병에 담겨 판매되는 수돗물은 관망과 옥내 급수관을 거치지 않아 노후관으로 인해 수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먹는샘물 가격인 500∼900원(500㎖ 기준)의 절반을 밑도는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페트병 수돗물 판매로 실제 수돗물을 틀면 녹물이 나오는 지역 주민의 가계부담 완화를 위해 먹는샘물보다 저렴하게 페트병 수돗물을 사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현재 페트병 수돗물은 서울(아리수), 부산(순수), 대구(대구수돗물), 인천(미추홀참물), 광주(빛여울수), 대전(It’s水) 등 6개 특별·광역시가 만들어 공급하고 있으며 수자원공사(K워터)도 페트병 수돗물을 생산한다. 때문에 페트병 수돗물이 판매망을 잘 뚫는다면 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개정되는 하수도법에서 당초 수돗물을 병에 담아 파는 행위를 규제했던 이유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정수장에서 처리된 물을 페트병에 담아 파는 행위는 뒤집어보면 집에서 관을 거쳐 나오는 수돗물의 위생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수도정책과 이영석 사무관은 “지나친 오해”라고 일축하며 “페트병 수돗물을 판매한다고 해서 관망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외국인들을 위해 생수 판매를 권장했던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후 수돗물 불신을 이유로 들어 다시 생수 판매 금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손해를 보게 될 먹는샘물 업체 등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생수 판매 금지 조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를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95년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해 생수 시판을 다시 자유화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페트병 수돗물 판매는 수돗물 불신과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하는 환경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부수적으로 페트병 수돗물 판매 수익금을 수돗물 관망 교체나 보급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그전에 수돗물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수돗물 불신이 ‘오해’라면 그 오해를 풀기 위한 방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고, 불신이 사실이라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페트병 수돗물 판매라는 시장논리나 전시 행정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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