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결과 초래
한국기업 석유개발로 캄차카 생태계 위협


캄차카는 오호츠크해, 베링해와 접한 러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반도다. 일본과 같은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해 있어 화산이 120여 개나 된다. 이곳 캄차카 주민들이 16일 한국을 찾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이 여론을 조성해 6월 4일부터 개시되는 석유 시추 사업으로부터 캄차카의 생태환경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왼쪽 두번째 부터 시빌 다이버 태평양환경 러시아담당국장, 타치아나 미하일로바 캄차카독립민간전문가연맹 활동가, 엘레나 표도르첸코 캄차카 어민일보 기자, 니나 자포로츠카야 소수민족환경보호원 활동가

유전개발은 25% 식량자원 버리는 결과
석유개발로 인해 캄차카 반도의 생태계와 원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오는 6월이면 지구의 한쪽 끝 태평양 연어의 고향인 캄차크 해역에서 대규모 원유 시추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반도 크기의 두 배에 달하는 이곳은 단 두 개의 중심도로를 중심으로 4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이텔멘, 코리약, 에벤, 캄차달, 알레우트 족 등 1만5000명의 원주민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어업, 사냥, 순록유목 등 수천 년 동안 전해오는 전통생활방식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최근 이 지역에 대해 러시아 국영회사 로스네프트(지분율 60%)와 한국석유공사가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계 투자콘소시엄인 KKS(지분율 40%)는 유전공동개발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시추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캄차카 해역은 오오츠크해 면적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8곳의 유전을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캄차카 반도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석유탐사시추는 전 세계 태평양 연어 25%의 산란장이자 불곰의 서식지인 이곳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또한 전통어업으로 살아가는 약 1만6000명에 달하는 원주민들의 삶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현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캄차카 지역에서 수확되는 해산물은 러시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중요한 식량자원으로써 이곳에서의 석유개발은 동북아식량안보에도 커다란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빌 다이버 태평양환경 러시아담당국장은 이 사업을 통해 러시아는 자국 석유생산량의 1%를 증가시키게 되지만, 동북아해 수산자원은 25%를 잃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캄차카 반도 유역은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생물종을 보유하고 있는 야생의 보고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주선으로 한국을 찾은 니나 차포로스카야(소수민족환경보호원)씨는 “시추가 예정대로 시작되면 캄차카 및 오오츠크해 지역의 생물다양성과 원주민 문화는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며 회복불능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식량안보냐 에너지안보냐
러시아 킹크랩, 명태·정어리 등 캄차카 해안과 오오츠크해에서 잡히는 수산물들이 한국인의 밥상에 오른지도 오래다. 특히 명태, 명란의 경우 매년 4000톤~5000톤을 이 곳 해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석유개발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정지을 수 없으나 환경부하로 인한 캄차카의 풍부한 생물종 손실은 예상되고 있으며, 이런 결과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볼 때 연어를 주식으로 하는 원주민들과 캄차카 어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소득원을 잃게 되는 것이다.

함께 내한한 캄차카독립민간전문가연맹의 티니아나 미하일로바씨는 단기간의 석유개발로 인한 소득보다 훨씬 크다는 주장하고 있다. “매장량 100억 배럴 추정지역에서 한국이 40%를 가져간다고 해도 소비율을 감안하면 2~3년이면 소멸될 양에 불과하다”며 “이것을 확보하기 위해 연어와 대구 최대의 산란지이자 불곰과 참수리, 북태평양참고래, 한반도로부터 날아온 겨울철새의 서식지인 이곳을 파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한국이 전액 부담해야 할 시추비용만 1조원이 드는 비경제적인 사업에 뛰어드는 것보다면서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한국정부의 화석에너지 중심정책을 비꼬았다.

캄차카 어민일보 옐레나 표도르첸코 부편집장은 양국의 시민여론이 중심이 돼 유전계획을 막자고 제의했다. 그녀는 또 ‘한ㆍ중ㆍ일ㆍ러의 밥상에 오르는 수산자원(연 112만 톤 생산)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이 동북아 공통의 식량안보를 지켜내는 일’이라 말하고 이는 ‘아시안 연안국가 공통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특히 수산어종이 성장기에 유전개발 해역을 통과하게 되고 송유관이 소수민족 이텔맨족의 거주지와 불곰 서식지를 통과하게 되는 점은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곳 이텔맨족 출신의 니나 차포로스카야씨는 “사할린 유전개발 당시 지반침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었다”고 밝히고 불곰을 위해 땅을 내어놓고 사는 소수민족뿐만 아니라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서도 석유시추사업은 당장 중단돼야 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염려되는 점으로 “과거 동남아 등 아열대 해역에서 활동했던 노후 시추선(1984년 건조)이 연 8개월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캄차카 해역에서 견뎌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에서 알 수 있듯 기름유출사고는 어업과 주민들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시킨다. 캄차카와 오오츠크해에서의 석유 및 가스 개발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두 곳의 람사르 습지 지역, 원주민공동체, 주요 어족자원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들 소수민족 방문단은 북극권인 캄차카반도의 척박한 날씨는 기름유출사고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결국 캄차카반도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할 것이라 우려했다.

한편 이들은 간담회 이후 한국석유공사를 항의 방문하고 한승수 국문총리 앞으로 ‘한국국민들의 세금이 서해안기름유출사고와 같은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젝트에 쓰여서는 안 될 것이며, 한국정부가 이 프로젝트 지원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또한 UN원주민 포럼과 러시아정부를 상대로도 계속적인 저지투쟁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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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캄차카 석유개발은 어떤 사업?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이 40%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해상광구에서 올해 6월부터 본격 시추작업이 시작된다.

코리아컨소시엄인 KKS(Korea Kamchatka. CO)는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 GS칼텍스, 대우인터내셔널 등 국내 7개 기업과 러시아 국영 로즈네프트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러시아 캄차카 서쪽 해상광구(면적은 6만2680㎢)에서 시추공을 설치, 이곳에 대한 본격적인 원유 시추작업을 진행한게 된다. 캄차카 서쪽 해상광구는 30억∼40억 배럴 가량의 원유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오호츠크 해상의 수심 300m지점 대륙붕에 위치해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시 체결된 양해각서에 따라 추진돼 왔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 유전 석유개발과 우라늄 개발, 러시아 유전개발, 인도 철광석 개발, 베트남 가스전 개발 등 에너지자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동안 중동오일에 크게 의존했던 과거와는 달리 에너지 수급경로 다변화 정책에 따라 한국의 대러시아 자원 의존율도 크게 증가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러시아산 원유 도입물량은 모두 3812만9000배럴을 기록해 전년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서부 캄차카 광구는 한국과 인접해 있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직접 국내로 원유를 반입할 수 있어 원유수급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유재형 기자ㆍ사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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