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미래학자 아서 쇼스탁 교수는 서울에 며칠 머무르면서 느낀 이미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높은 석유 가격으로 국제 사회가 고심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SUV 차량이 쉽게 눈에 띈다. 아직 한국 사람들이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다. 기름을 많이 쓰는 것은 중동,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것과 같다.”

세계 경제규모 10위, 에너지소비량 세계 10위, 탄소 배출량 9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세계 1위, 에너지 자급률 3% 및 재생가능에너지 비율 1.3% OECD 최하위. 이에 비해 석유 소비량은 6위. 이것이 한국 에너지 체계의 현실이다.

정부는 24일 국가에너지절약 추진위원회를 열어 ‘신고유가시대 에너지 절약대책’을 발표했다. 2013년부터 탄소배출감축 의무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대책을 마련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이번 에너지 절약대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책은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건물의 여름철 냉방온도 하한과 겨울철 난방온도 상한이 각각 섭씨 26도, 20도로 설정한 것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에만 적용하던 실내 냉·난방 온도 제한을 모든 건물로 확대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프랑스의 경우 1997년 난방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위반 시 1.5~3천 유로의 범칙금을 부과했다는 점을 들며 냉난방온도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속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주거용 건물은 당장 단속할 방법도 없고 단속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백화점 등 대규모 집합건물 중심으로 단속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내온도가 매출과 직결되는 백화점의 경우 규제를 어겼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보다 실익이 더 크기 때문에 과태료를 규정을 어길 우려가 더 크다. 대형건물 냉·난방 규제는 1992년에도 시행됐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일자 97년 폐지된 바 있다.

냉난방 적정 온도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이지만 국가가 나서서 이를 규제할 방도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의 변화가 동반돼야만 이 정책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규제책을 마련하고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단순한 정책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결국은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겠다는 시민 의지를 붙잡지 못한다면 정책이 다시 폐지될 위기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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