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가 선결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비단 한국의 경우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식량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제 지구온난화, 아토피, 식량위기, 자원고갈은 지구의 현재를 말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됐다. 그렇다고 딱히 해결방안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지구인들의 상당수는 배고프고, 급여의 상당수를 자동차 연료비로 지불해야하며, 각종 기상이변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고도산업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불거진 이들 환경재앙은 대안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한국 역시 사람의 입을 타고 광우병과 조류독감이 창궐하는 세상이다.

광우병의 원인 중 하나로 동물성 사료를 든다. 이를 규제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으나 이는 불행하게도 저개발국가의 식량난을 더욱 가중시킨다. 부자 나라의 소가 먹어치우는 한끼 식사분이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일주일 식량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사료를 공급하는 일이 소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인간들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소에게 먹이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인 결과 지금과 같은 불행이 찾아왔다.

하지만 소들은 당분간 동물성 사료섭취를 계속해야 할 듯 싶다. 이제 곧 한국인들은 미국의 소를 식용하되 개운치 않은 뒷맛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여전히 치솟는 곡물가격을 타계할 유일한 대안이 병든 소와 닭, 돼지를 주원료로 만든 값싼 사료인 채로 말이다. 우리 축산농가의 현실 또한 나아진 것은 없다. 국제곡물 가격이 전년 대비 200% 이상 폭등한 상황에서 소를 키운다는 것은 밑지는 장사가 되고 말았다.

광우병이 아니래도 만일 미국소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미국 의약품이 될 것이다. 또한 수년 간 한국인에게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국시장에서의 데이터는 다른 나라에 그들의 소를 판매하는 중요한 통계자료로 제공될 것이다. 어쩌면 개도 먹는 그들 나라에서는 미친 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의 축산농가가 소를 시장에 내다팔기에 바쁘다. 소값도 덩달아 하락했다. 어쩌면 농가에서 한우 울음을 듣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한우는 부자들의 식탁에나 오르는 귀한 음식이 되어 정부에서 말하는 좋은 소고기를 마음껏 누릴 형편은 요원해 진 것이다.

다음 순서는 어떤가. 우리 축산업으로는 미국 소값이 올라간다고 해도 손 쓸 방도가 없다. 대안은 도시 노동자를 위해 값싸고 질 좋다는 미국소의 수입량을 늘이는 방법뿐이 없다. 지금까지 늘 그렇게 해 왔듯이 원산지 표기는 엉망인 채로 육우는 유통되고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음식점으로 달려가 엄마의 눈을 피해 값싸고 질 좋은, 상표에서 밀가루, 고기까지 100% 미국산 소불고기버거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것이다.

<유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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