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 주장엔 과학적 자료 내놔야하나 전문가 부족
산림유전자원의 국가체계 구축, 신품종 개발로 지적재산권 확보


주권을 빼앗긴 일제 강점기 그 험한 시절에도 봄이 오면 정겨운 우리의 꽃이 피고, 우리의 풀과 나무가 자랐지만 식물주권을 빼앗기면 그러한 봄을 기다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산과 들에 서양민들레와 망초, 미스킴라일락이 뒤덮이고 이로 인해 우리의 토종식물은 설자리를 잃으며, 우리가 늘 먹고 사용하는 식물을 재배하던 들판에는 온통 외국에서 개발된 품종이 재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식물자원을 지키고 가치와 용도를 개발해 국가와 미래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뒷산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 버섯 하나하나에도 지적재산권과 같은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그것이 자라는 국가와 그것을 육성한 육종가에게 배타적 권한으로 주어진다. “내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재배해 오던 것인데 무슨 그런 법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제적으로 위의 내용을 법제화시킨 국제협약이 있다. 또 외국에서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품종들로부터 우리의 자원을 지키고 좀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해 국제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만반의 준비를 해 치열한 종자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즉 원칙적으로 식물자원에 대한 권리가 그 자원을 보유하는 국가에 있다는 사실은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ABS) 조항에 따른 유전자원 보유국의 ‘자원주권(Sovereign Right)’과 관련된 사항이다. 후자의 경우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과 국제 식물 신품종 보호연맹(UPOV)의 식물신품종보호제도(PVP) 협약에 따른 품종 개발자의 배타적 권리 보호를 위한 ‘농부들의 권리(Farmer's Right)’의 인정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고려시대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국내로 들여왔던 문익점 선생을 보자. 만일 문익점 선생이 오늘날 그 목화씨를 이용해 목화를 키워 팔거나 면직물을 생산한다면 생물다양성협약의 ABS 조항에 따라 목화의 원산지로 알려진 인도에 로열티를 내야한다. 만일 그 목화씨가 인도의 A라는 육종가가 만든 품종이라면 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요, 그가 개발한 목화품종을 이용한 대가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문익점 선생이 처음 가져온 목화는 아시아면 품종으로 탄력이 강해 이불솜, 옷 솜으로 주로 사용됐다. 그리고 훗날 누군가에 의해 방직(실과 옷감을 짜는 일) 재료로 사용하기 좋은 부드러운 육지면 품종을 개발했고, 이 품종이 일본으로 전해져 사용됐으므로 우리도 일본에 육지면 품종의 목화에 대한 권리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는 미스킴라일락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반출돼 다른 나라의 품종 개발자에 의해 개발·상품화된 식물자원에 대해 그 원천적 권리를 우리가 강력히 주장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미스킴라일락의 원종인 정향나무가 ‘우리 것’이라는 증거를 국제사회에서 주장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식물자원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권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기에 ‘우리 것’이라는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해당 식물이 우리 고유의 유전자원임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자료와 연구,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식물주권을 지키기 위해 식물자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유전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품종보호제도를 통해 신품종 개발을 활성화하며 국내 재배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산림유전자원관리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모든 자원에 대한 ‘우리 것’ 주장에 필요한 자료 구축과 동시에 더 이상의 유전자원 유출을 막고자 하는 것이며, 유용한 유전자원 정보(예로써 어떤 신기능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가 등에 대한 정보)와 재료를 국내 산업에 제공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발전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므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림자원은 식물만도 약 6000여 종에 이른다. 여기에 산림토양에 있는 미생물, 버섯, 곤충 등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와 양은 가히 천문학적 수치가 될 것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아직 다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는 산림자원을 단순히 국토를 푸르게 하고 자연환경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 생물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자산=자원’으로 인식하고, 진정한 의미의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산림청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 산림유전자원관리원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산림유전자원의 국가관리 체계 구축, 유전자원의 수집 평가 이용, 품종개발 지원사업 등에 매진해 우리나라 식물주권을 확고히 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나아가 신품종개발을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로 관련 산업 발전 및 국가경제 활성화에 적극 기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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