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들어 활기를 띠고 있는 보령관창산업단지(이하 관창산단) 분양이 기업 입주를 시작한지 12년만에 100% 분양됐다.

▲ 충남도와 러시아 DI그룹 MOU 체결.
충남도가 자치단체의 단독 외자 유치 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6억5000만 달러(한화 6500억원)의 러시아 자본을 유치했다.

이완구 충남지사와 신준희 보령시장, 파라모노프(Paramonov) 로스토프주 돈인베스트 그룹(Doninvest Group, DI 그룹) 회장, 이승철 타가즈코리아 사장은 13일(현지 시각) 타간로그시 타가즈 자동차 공장에서 2012년까지 충남에 6억5000만 달러를 들여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을 건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경기도가 LG트윈스와 해외 기업이 합작한 외자 12억 달러를 유치하고, 삼성전자와 소니과 합작한 S-LCD가 충남에 9억 달러를 투자한 사례는 있지만 자치단체가 단독으로 한꺼번에 유치한 외자 규모로는 이번 DI 그룹의 6억5000만 달러가 가장 많은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유치한 외자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가장 큰 제조업 분야(Green Field)여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DI 그룹은 이번 협약에 따라 우선 충남도와 보령시로부터 관창산업단지 38만7100여㎡(11만7300평)를 임대방식으로 제공받아 3개월 이내에 외국인 투자신고와 입주계약 체결 등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을 받기 위한 절차와 의무사항을 이행한 뒤 하반기에 착공해 2009년부터 공장을 가동한다.
또 도내 다른 지역에 2010년까지 66만여㎡(20여만평) 규모의 자동차 부품 생산시설을 설치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와 보령시는 공장 건립을 위한 각종 인·허가 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원활한 공장 가동을 위해 전기, 가스, 수도 등과 같은 부대서비스 시설도 지원하게 된다. 한편 DI 그룹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각종 지원규정에 충족될 경우 외국인투자지역(FIZ) 지정 등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DI 그룹이 충남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DI 그룹이 공장을 운영하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라모노프 회장은 “DI 그룹이 충남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열심히 그리고 빨리 일하는 한국인의 성실함과 자동차와 관련한 높은 기술력 등 멋진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 자산이 60억 유로(7조5000억원)에 달하는 DI 그룹은 러시아 로스토프 주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자동차, 식품, 은행, 건설, 운송 호텔 등 자회사 30개에 3만50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이 그룹 계열의 자동차회사인 타가즈는 현재 국내로부터 액센트, 소나타 등 승용차와 포터화물차 부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하고 있다.

충남도는 이번 러시아 DI 그룹의 외자 유치를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방채까지 발행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이를 통해 직접 고용만 4000명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등 괄목할만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향후 충남이 러시아 자본 유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는 DI 그룹이 한국에 투자처를 물색한다는 정보를 접한 뒤 대우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는 관창단지 부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해 DI 그룹에 임대단지 형태로 투자할 것을 설득해 결국 ‘OK 사인’을 받아냈다.

이후 부지 매입 협의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 측이 고가 요구, 일시불 요구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난항을 겪었지만 10여 차례에 걸친 설득 작업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냈다.
그리고 지식경제부가 총 328억원의 부지매입비 중 75%를 차지하는 국비는 MOU체결 후 연차적으로 분할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완구 지사는 전국 최초로 지방채를 발행해 부지를 우선 확보한 뒤 추후 국비를 지원받기로 최종 결정했다.

도는 2012년까지 공장이 가동되면 직접 고용만 타가즈 2600여명, 협력사 1500여 명 등 4100여 명에 달하고 향후 200여 개의 부품 업체가 추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타가즈에서 생산하고 있는 코란도와 무쏘의 부품 각 10억 달러, 기타 부품 4억 달러 등 연간 24억 달러 상당의 수출 증대 효과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연간 40피트 규모의 콘테이너 5만개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돼 콘테이너 1대당 50만원의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때 물류 확대에 따른 지역경제파급효과는 연간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선적 항구 활성화 및 이에 따른 물류 기업 유입 효과, 직간접 고용 증대에 따른 서비스산업 활성화, 경제활성화에 따른 인구 증가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도는 더 나아가 DI 그룹의 입주에 따른 물동량 증가 등을 적극 활용해 정부가 물동량 부족 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보령신항 건설을 추진한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이번 DI 그룹의 외자 유치를 계기로 러시아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지사는 13일 DI 그룹과 MOU를 체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를 찾아 현지 사정을 직접 듣고 둘러보니 자본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투자처는 찾기 힘든 사례가 속속 발견됐다”며 “러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외자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우선 조만간 러시아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충남 투자의 장점과 필요성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며 “충남을 중심으로 전국 각 지역별 특성을 살려 함께 러시아 외자 유치 활동을 펼치는 것도 각 지자체와 협의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세계 최고의 자원 보유국인 러시아는 지구온난화로‘동토의 땅’에서 ‘옥토의 땅’으로 변하면서 매장된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등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여기에 신흥 성장국으로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해외의 투자처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DI 그룹의 경우에도 1년여 간 자동차 부품 생산 시설 투자와 관련해 국내 다른 지자체와 협의했지만 조건이나 신뢰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와중에 투자처로서의 충남의 장점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맞물려 엄청난 외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번 DI 그룹의 외자 유치를 교훈으로 삼아 러시아 자본 유치를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창산업단지는 기 가동중인 GM대우를 비롯해 한국 후꼬꾸(주), 코리아 휠(주), 삼목강업(주), 두원전선(주) 등 자동차 부품 기업이 입주 확정돼 있고 ‘화룡점정(畵龍點睛)’격으로 DI 그룹까지 입주하게 되면 자동차부품 중심단지로 풀가동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보령=김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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