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되풀이되는 포경-반포경 논쟁
인간 입장 아닌 해양생태 과점서 봐야


최근 해양경찰이 불법고래 포획사건을 수사한 결과 울산 시민들이 무더기 입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1986년 국제포경규제협약에 따라 원칙적으로 고래잡이가 불법이다. 울산 시민들은 먹을거리인 고래고기 상권이 위축됐다며 합법적인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환경운동연합은 “고래축제가 고래고기를 먹는 축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13일 정자항 앞바다에서 고래불법포획을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무엇이 이런 입장의 차이를 보이는가.

매년 5~6월경이면 울산 장생포항에서 고래축제가 열린다. 선사시대 대표 유물인 반구대 암각화에서 보듯 고래는 선사시대부터 울산지방에서 많이 잡혔다고 한다. 울산 남구청은 고래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인 울산 장생포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장생포 주민들은 포경이 재개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포경 금지 이전에 장생포와 방어진은 상당한 부자동네였다. 포경선은 곧 부의 상징이었다. 고래축제는 장생포 주민들이 포경금지 이후 몰락해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1995년부터 시작됐다. 포경이 금지된 지 10여 년 지나자 생계가 막막해진 주민들이 자구책으로 고래축제를 연 것이다. 고래축제는 상당히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포경이 아니더라도 고래문화로 지역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 싶다. 합법적 포경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포경 금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처사다.

울산고래축제와 함께 해마다 포경-반포경의 논란도 되풀이되고 있다. 전 세계 70여 개국이 가입한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도 일본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상업포경 재개를 주장하는 나라와 호주와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포경 반대 국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 일본을 위시한 포경 찬성국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고래의 개체수가 너무 많아졌다며 IWC회의 때마다 상업포경 재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반대하는 국가의 수가 더 많지만 일본은 내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IWC회의 때 찬성 국가들과 IWC를 탈퇴해 새로운 포경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IWC는 무분별한 고래 남획으로 고래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자 1986년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상업포경을 유예(Moratorium)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고래 수를 적절히 보존해 포경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논리다. 즉 포경 금지는 고래를 보존한다는 취지가 아닌 궁극적으로 포경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 등이 조사를 위장해 사실상 상업포경을 하고 있는데 IWC가 공식적으로 상업포경을 재개할 경우 다시 고래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포경 논쟁은 고래를 포함한 해양생태계를 무시한 무의미한 논쟁이다. 고래 멸종은 단지 한 어종이 사라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즉 고래의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포경을 허가하라는 찬성 측 논리는 인간이 해양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권리가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생태계의 자연적 순리에 맡기는 것이 인간의 몫이지 생태계 최상위 개체가 되겠다고 발벗고 나서는 것은 제 역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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