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크게 늘고 바이오연료 사용으로 곡물가 폭등 예상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작년만 해도 만약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경제적 대혼란과 난리를 예상했었지만 서부텍사스 원유가 현재 115달러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견딜만 하다.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오일쇼크의 시점은 과연 얼마일까. 만약 고공 행진을 멈추지 않고 150달러 200달러로 올라간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원유 가격이 치솟는지 궁금해 한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나오지만 요약하면 세 가지 정도다. 세계 석유 수급의 악화, 원유 생산국의 지정학적 불안 요인, 투기자금의 유입이다. 석유 수급의 문제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의 석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결국 수요·공급 논리에 의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생산 능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교수인 알레크렛 박사에 따르면 유가 상승의 진정한 원인은 피크 오일(peak oil), 즉 석유 생산의 정점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석유를 샴페인에 비유하면 샴페인 19병 중에서 이미 11병을 비웠고 냉장고에는 8병 정도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생산은 최고 정점을 지나 부족해지니 석유 가격이 계속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석유가 점점 고갈되고 있다는 이야기로 계속되는 석유 소비로 인해 수요는 급등했지만 수요를 감당할 만한 공급이 부족한 것이 진정한 원인이다.

‘석유중독’서 빨리 벗어나야
석유는 수송용 연료만이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 물질의 원료이기도 하다. 등산복과 같은 기능성 옷, 의약품,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이 석유에서 나온다. 맥주 용기도 이제는 페트(PET)병을 이용한다. 점점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생활용품의 가격은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동반 상승할 것이다.

농업은 폭발적인 바이오연료 사용으로 인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아무래도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에탄올을 더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연료에 따른 곡물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싼 자동차 연료를 얻기 위해 비싼 콩과 옥수수를 구입해야 한다. 또 유가의 상승은 농약, 화학비료의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현대의 농사에 필요한 각종 비닐자재, 트랙터, 관리기, 이앙기, 콤바인 등 농기계가 모두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농산물 가격의 폭등이 예상된다.

석유 가격의 상승은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발전용 전기는 대부분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서 나온다. 유가는 석탄과 천연가스의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실제로 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호주산 발전용 석탄은 작년 1월 톤당 50달러 내외였던 것이 지금은 120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미 한전에서는 ㎾당 100원이 넘는 가격으로 전기를 사오고 있다. 80원에서 100원으로 상승한 것이다. 유가 200달러는 전기료의 가파른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원자력 역시 문제가 생긴다. 우라늄 가격 상승과 다른 나라들의 원자력발전소 증설로 인해 연료 부족 현상이 커질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냉방 전력이 점점 증가하고 전기 소비량은 석유 소비 증가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난방에서 등유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도시에서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이용하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언제나 LPG, 도시가스 가격이 함께 상승했다. 최근 시골에서는 보일러의 연료가 되는 등유 가격이 상승해 주변의 나무를 베어 연료로 쓰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 변화 완화에 큰 역할을 하는 나무를 마구 베고 있다. 나무가 없어지면 여름철 홍수 때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유가 상승은 이렇듯 우리 생활에 아주 심각한 현상을 초래한다. 만약 200달러가 현실화된다면 지금처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에너지 낭비가 줄어들어 기후 변화 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고통과 혼란을 준다.

햇빛·바람 등 재생에너지 이용
유가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에 대비해 에너지 소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석유 의존도가 높을수록 유가 상승에 대한 피해는 커질 것이다.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 효과를 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빨리 보급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에너지혁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50%를 재생에너지가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작년 한 해 9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이 석유로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 합계보다 훨씬 크다. 유가 상승에 따라 수입 액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장 실천이 필요하다. 주변을 둘러보자.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것들은 없는지. 그리고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자. 내일 아침 일찍 지하철과 버스를 타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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