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전 세계 식물종의 2%인 4000여 종이 자생하는 우리나라이지만 전 세계의 식물학자들이 부러워할 만큼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어느 지구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미선나무가 한반도에서만 자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산림강국의 면모를 갖추는 듯 하다.

미선나무의 이름은 한자어 尾扇에서 유래한다. 열매의 모양이 둥근부채를 닮아 미선나무라고 부른다. 이 나무는 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서 자라며 3~4월이면 은은한 향기를 내며 핀다. 높이는 1m에 달하고 가지는 끝이 처지며 자줏빛이 돌고, 어린 가지는 네모진다. 잎은 마주나고 2줄로 배열하며 달걀 모양 또는 타원 모양의 달걀형이고 길이가 3∼8cm, 폭이 5∼30mm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둥글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자루는 길이가 2∼5mm이다.

1속 1종의 미선(尾扇)나무. 정태현 선생과 일본학자 나까이가 1917년 발견해 세상에 알린 이 나무는 한때 그 희귀성 때문에 살던 곳에서 완전히 훼손된 적도 있었으나 산림학자들의 노력으로 다시금 그 자리에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에 부안댐 수몰 지역인 변산면 청림리 백천 내 주변에 살던 미선나무들은 고향터를 잃고 지금은 내변산 가마소 계곡의 기도원 근처의 어두운 언덕에서 자신의 터를 알리는 문패도 달지 못한 채 힘겹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음이 얼마 전 목격됐다.

서정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은 이를 두고 "우리들은 보존보다는 개발을 우선시하는 명분만 앞세운 사회에 살고 있고 그 모습은 분명 ‘그나마 얄팍한 법의 보호 덕분에 수장(水葬)의 신세는 면할 수 있었음에 애써 태연한 척 부채 들고 뒷짐진 옛 어설픈 양반 꼴’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세계에 한 종밖에 없는 미선나무가 사라진다는 사실과 수백여 종에 달하는 우리의 토종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또 그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느끼고 있는 안타까움은 정녕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재 옛 고향인 충북 괴산과 진천 등의 여러 곳과 변산반도의 삶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종 자체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정한 멸종위기야생식물 Ⅱ급 식물 56종 중의 한 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포기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에 대한 기준이 바로서야 한다. 세계 유일의 미선나무 군락이 개발이라는 콘크리트 더미에 묻힌다는 것은 지구차원의 손실이며, 단순한 나무뿌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훼손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라진 숭례문을 생각하면 우리 미선나무도 식물도감에서나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