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집트에서 7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5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얀마는 사이클론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5만이나 10만에 비하면 7은 적은 숫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명이 사망했단 소식이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7명이 빵 한 조각 때문에 죽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집트는 곡물가격 상승으로 혼란에 빠졌다. 밀가루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집트 국민들은 빵을 사기가 수월치 않아졌다.

정부가 세금을 지원해 저렴하게 빵을 파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가게 문이 열릴 때 까지 기다린다. 다른 곳에서는 너무 비싸 빵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가 새치기라도 하면 몸싸움이 일어난다. 앞에서 말한 7명도 이런 몸싸움 과정에서 숨졌다고 한다. 생존이 걸린 문제라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나일강 유역의 비옥한 토양에서 많은 양의 밀을 생산했던 이집트가 세계 곡물가격 상승으로 들썩인다는 것을 일견 이상해 보인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생산한 밀보다 값싼 수입산 밀을 구입하면서 점차로 밀 생산량이 줄어들었던 것이다. 모든 과정이 기계로 이루어지는 농업구조를 가진 대규모 밀 생산국의 값싼 밀에 국내에서 생산한 밀이 자리를 빼앗기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비단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것이다. FTA 등으로 값싼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고 있다. 당장은 싸고 좋을 수 있겠지만 이집트의 경우를 보면 코앞의 상황이 아닌 더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식량의 생산량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식량이 자칫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작은 소비가 불러올 나비효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지갑을 여는 습관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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