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2달러벌이 아이티 현실 돌봐야
어려운 이웃 돕는 한국 기독교 지향해야

▲ 조현삼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장
재난이 나면 국내외 어디든지 달려가는 부서를 섬기는 분이 물었다. “목사님, 혹시 진흙빵 얘기 들으셨나요?” 금시초문이라 그 분께 되물었다. “진흙빵이요?” 신문과 방송에 먹을 것이 없어 진흙으로 빵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잠시 일본을 다녀오느라고 며칠 동안 신문을 보지 못했었다. “정말이요?” 그 자리에서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니 AP 통신과 연합통신이 보도한 관련 기사가 있었다. 요지는 이렇다.

‘가난에 찌든 중남미의 아이티 주민들이 고운 진흙에 소금과 식물성 버터를 보탠 ‘진흙빵’으로 연명하고 있다. 국민의 80%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연명하고 있는 아이티에서는 오래 전부터 임산부와 어린이들이 위액분비를 억제하고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로, 칼슘의 공급원으로 진흙빵을 먹어 왔다고 한다. 카리브해와 중미에서는 진흙 섭취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AP 통신이 전한 해안 빈민가 시테 솔레이에서는 진흙빵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었다.’

16살의 나이에 생후 1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실직중인 양친과 다섯 형제 그리고 자매와 2칸짜리 집에서 살고 있는 샤르렌 뒤마는 “먹을 것이 없을 때는 하루 3끼 진흙빵을 먹는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 3.6kg이었던 그녀의 아들은 현재 더 여위어 보기에 딱할 정도다.

진흙빵은 시장과 길거리에서 거래된다. 일곱 자녀를 키우기 위해 시장에서 진흙빵을 팔고 있다는 마리노엘(40)씨는 자녀들도 진흙빵을 먹고 있다면서 “장래에 언젠가는 음식이 많아 진흙빵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흙빵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야길 들으며 당연히 아프리카 어느 나라 이야기인줄 알았다. 문화적으로 이들이 진흙빵을 먹어왔지만 지금 진흙빵을 먹는 이유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먹고 있는 것이다. 장로님들과 담당부서에 이 사정을 이야기 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돕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아이티에 있는 선교사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유일한 한국선교사인 백삼숙 선교사님과 통화가 되었다. 보도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물었다. 사실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주식이 뭐냐고 물었더니 쌀이란다. 쌀을 좀 사서 전달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했더니 선교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했다.

이후 2000만원을 들고 아이티로 가기로 결정했다. 1000만원이면 현지에서 쌀 20톤을 살 수 있다. 미국에 있는 우리 파트너가 이 일을 위해 1만 달러를 보내겠다고 연락해 왔다. 회사를 경영하는 한 분이 쌀 10톤을 더 사서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하며 1000만원을 더했다. 모두 4000만원이 모였다. 이제 40톤의 쌀을 살 수 있게 됐다.

2008년 2월 23일 이도수 목사와 전종건 집사가 대표로 아이티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데만 40시간이 소요되는 긴 여정이었다. 피곤한 가운데도 우리 팀들은 현장에 도착해 쌀을 들고 진흙빵을 먹고 있는 이들을 찾아 갔다. 선교사님이 미리 40톤의 쌀을 구입해 10kg 포에 담아 놓았다. 쌀 포에는 영어로 이 쌀이 한국교회가 마련한 것임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 이 쌀의 정체는 사랑이다. 한국교회가 이전에 진 사랑의 빚을 오늘 갚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전쟁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을 때 여러 나라에서 우리를 안타깝게 여기고 구호품을 들고 달려왔었다. 그 사랑을 먹고 입고 우리는 살았다. 이제 우리는 그 사랑의 빚을 갚으러 다니는 것이다. 그곳이 오늘날 한국 기독교계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든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한국교회는 달려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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