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신 시어머니와 장애가 있는 두 명의 시동생을 정성껏 보살펴온 여성결혼이민자가 있어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필리핀에서 남편 이순철(54)씨를 따라 보은군에서도 오지로 알려진 회남면 분저리로 시집 온 알린이 올란데즈(35)씨이다.

알린이씨는 필리핀에서 대학까지 나온 재원으로 2003년 한국으로 시집 와 2006년에는 우리나라 국적까지 취득했다.

알린이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에는 낯설고 외로웠지만 따뜻한 이웃들과 서로 도우며 살아오다보니 정이 듬뿍 들었다”며 힘든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알린이씨네 부부금실은 유별나 벌써 5세, 4세, 3세, 그리고 지난달 출생한 아들까지 모두 2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남편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지만 아내는 힘든 기색 없이 어머니와 몸이 불편한 시동생들까지도 극진히 보살펴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시집 와 첫 딸을 낳았을 때와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때 가장 행복했다는 알린이씨는 지난해 8월에는 ‘이주여성 친정방문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꿈에도 그리던 필리핀 친정을 4년만에 방문해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기쁨의 시간도 가졌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앓아오던 남편의 왼쪽 다리 골다공증이 심해져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400여 만원이 드는 수술은 꿈도 못 꾸고 있는 힘든 형편이다.

진통제로 하루하루 고통을 참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는 알린이씨는 이에 힘들어하지 않고 네 명의 귀여운 아이들과 시댁 식구들을 위해 고단한 삶에서도 희망을 가꾸려는 듯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신동렬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