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끊어지면 다시 ‘건천 우려’



▲ 지난달 26일 통수식을 가진 홍제천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홍제천은 복원 계획 당시부터 ‘과연 자연형 하천 복원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연중 메말라 있던 홍제천이 지난달 26일 통수기념식을 갖고 물길을 찾았지만 하천 복원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주민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치른 통수기념식에서 서대문구 토목과 관계자는 “청계천이나 다른 하천과 달리 가장 자연에 가까운 하천이 홍제천”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홍제천은 계획 당시부터 ‘과연 자연형 하천 복원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춤추는 분수가 있고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홍제천 복원사업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홍제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은 “서대문구와 서울시가 홍제천을 생태하천으로 홍보하는 것 자체가 기만”이라고 표현한다.

에너지 있어야 가능한 강제 송수↔최선 아닌 차선책이 적절한 표현
도심 하천의 건천화는 기본적으로 개발에 따른 결과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아스팔트를 깔면 빗물이 토양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지하수가 부족하게 돼 하천으로 물이 유입되지 못하는 건천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건천화된 도심의 하천에 물을 흘려보내야 겠다고 청계천 바닥에 방수처리를 해 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한 다음 물을 펌프질해 흘려보냈다.

메말랐던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펌프를 움직이는 전기에너지와 방수를 위한 콘크리트의 합작인 셈이다. 이를 두고 ‘거대한 어항’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복원 관계자들은 홍제천 바닥에 방수처리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청계천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왔다. 지하수와 유수가 만나 순환하는 구조가 청계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하지만 하류에서 물을 끌어와 펌핑하는 기본 방식은 청계천과 같다. 이 방식은 이제 전국 도심 하천의 기본 복원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제천 부근은 물이 모래 밑으로 스며드는 지역이라고 해서 사천 혹은 모래내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다. 홍제천살리기연대 측은 “원래부터 물이 잘 스며드는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억지로 일정 유수량을 흘려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실제로 홍제천 인근의 한 주민은 “동네 하천의 주요 기능은 홍수를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지자체의 복원 방식을 비판했다.



▲ 홍제천 통수식에는 많은 주민들이 함께 했지만 홍제천의 물길을 유지하기 위해 얼만큼의 예산이 들어가는지 알고 있는 주민은 많지 않다.

여과된 물, 기존 하천 성분과 달라…생태교란 우려
아무리 여과를 해도 기존 상류의 물과 하류의 물은 성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청계천은 상류의 물이 더 탁하고 하류로 갈수록 물이 정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류 쪽에 맑은 물에 사는 버들치가 발견되기도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홍제천도 같은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홍제천 복원 관계자는 “원래 상류의 물이 소똥 등의 영향을 받아 더 탁하고 하류로 갈수록 정화돼 물이 맑아지기 마련” 이라는 논리다.

종로구, 계곡물 유입으로 수량 확보
서대문구, 하천 폭이 좁은 종로구만 가능한 일

홍제천의 발원지 종로구는 홍제천과는 다른 복원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류의 물을 끌어오는 방식이 아닌 종로구를 흐르는 7개의 계곡 중 2개의 계곡물을 다른 곳으로 흘러가거나 오염되지 않게 한 후 온전히 하천으로 유입시키는 방식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현재 10~15cm의 물이 흐르고 있다”며 “그리 깊지는 않지만 시민들에 보기에 적당하고 안정적인 수심이 10~15cm”라고 밝혔다.

종로구와 같은 방식은 억지로 하류의 물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지만 도심 하천 복원 관계자들은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종로구의 하천은 폭이 좁고 암반이기 때문에 수량을 많이 확보할 필요가 없지만 홍제천은 다르다는 것이 홍제천 복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종로구 하천 복원 관계자는 상황을 다르게 인식한다. 서대문구에는 약 20개의 지류가 있어 그 물을 그대로 하천에 유입하고 소규모 하수처리 시설과 저류시설을 증설하면 지역 내에서 유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 저류시설을 이용한 빗물의 재활용이 잘 발달돼 있다. 평상시에 빗물을 지하에 모아뒀다가 건기에 쓰는 방식이 일상화 돼 있다. 저류시설이 늘어나면 천재지변과 같은 일이 있을 때 활용가능하다.

서울시는 “상류에서 물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조사해 봤지만 한강물을 끌어오는 것이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소규모 하수처리장이나 저류시설에 대해 묻자 “부지 확보가 어렵고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말하며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고자 했던 지자체의 조바심을 대변했다.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청계천 이후 수많은 세미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됐다는 것이 문제”라며 “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 실개천을 통한 방법과 수자원의 다양한 재활용 방안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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