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가 지난해 석유비축사업으로 2234억원을 지식경제부로부터 지급받았으나 단 한 방울의 석유도 구매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유가예측을 잘못해 정상적인 구매계약이 아닌 물량계약만을 한 나머지 배럴당 4달러를 아끼려다 유가 폭등으로 1000억원 이상을 손해 볼 것으로 전망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소속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경북 구미 을)에 따르면 17일 지식경제부에 대한 결산심의에서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석유비축사업으로 배럴당 65달러에 350만 배럴을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2242억원을 석유공사에 지출했으나 단 한 방울의 석유도 국내 반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특히 배럴당 69달러를 하는 유럽산 원유를 구매계약하면서 향후 유가하락을 전망하고 예측보다 4달러가 비싸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구매계약을 하지 않고 가격과 구매 시기 등을 명기하지 않은 채 물량계약만 한 후 지금까지 9개월 가까이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유가급등으로 현재 배럴당 100달러 이상 원유가 상승했을 뿐 아니라 석유공사의 올해 예측가격도 110달러 안팎으로 보고 있어, 당초 금액보다 30달러 가량 인상된 가격에 350만 배럴 구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를 한화로 환산할 경우 1000여 억원 이상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는 비축유확보와 원활한 유가수급을 위해 연말 원유도입 계획을 누차 밝히고 있어 원유 급락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인상된 가격에 원유를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집행해야 할 예산을 제때 사용하지 않고 아직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식경제부 조차 원유구매를 독촉하기는 커녕 실제로 구매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상적으로 원유를 구매하는 것처럼 지난해 매 분기마다 500억원 이상씩 예산을 꼬박꼬박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이 예산을 지난해 연말까지 단 한 푼도 집행하지 않다가 회계연도를 며칠 앞둔 12월 10일과 20일 각각 영국산 200만 톤과 네덜란드산 150만 톤에 대해 물량만 계약했다.

김 의원은 “유가예측 잘못으로 국고 1000억원 이상이 손실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석유공사는 물론 지식경제부의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잘못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예산회계법에 따라 당해예산을 모두 정상적으로 집행했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론을 주장했다.

<김기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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