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 공허한 외침
자전거도로 확보 등 근본대책 논의해야


한산한 거리, 맑은 공기. 세계에서 인구밀도 높기로 손에 꼽히는 서울의 오늘이다. 이 낯선 풍경이 펼쳐진 이유는 단 하나. 도로를 꽉 매운 차가 오늘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유유히 지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게다가 출근시간에 버스와 지하철 등 공공교통수단을 공짜로 타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보행자의 천국, 자전거의 천국’이다. 대기오염도가 높은 도시 중 상위에 꼽히는 서울에 이런 수식어는 상당히 어색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어쩐 일일까. 9월 22일은 서울 ‘차 없는 날(Car Free Day)’이다.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자가용을 타지 말자는 캠페인으로 1997년 프랑스 라로쉐에서 시작해 대중교통, 긴급차량, 생계형 차량을 제외한 자가용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는 날이다. 현재 세계 약 40여 개국 2020여 도시에서 ‘차 없는 날’ 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2001년부터 환경단체 주도로 이 캠페인을 시행했으며, 2007년부터 서울시와 민간의 공동 주최로 본격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캠페인으로 서울 시내 전체 교통량의 22%, 승용차 교통량이 23.6%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살펴보면 승용차 26.3%, 지하철 35.9%, 시내버스 26.8%로 나타나 승용차의 비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교통량의 69.4%를 승용차가 차지하고 있으며, 나홀로 운전자는 78.6%에 이르러 수단 분담률이 20%대에 불과한 승용차가 도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 않는다면 운전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대중교통과 발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확은 얼마나 될까.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수도권 지역 자가용 이용자들이 ‘차 없는 날’ 하루 동안 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주요원인인 CO₂ 배출량 약 8만5000톤을 줄이는 효과 즉, 소나무 약 76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 것만 해도 상당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차 없는 도시, 사람을 위한 청정도시 서울’, 모든 시민을 위한 깨끗한 공기(Clean air for all)를 캐치프레이즈로 하고 있다. 이번에는 인천과 경기 안산 등도 함께 참여해 캠페인의 효과가 증폭됐다. 캠페인이 확산돼 더 많은 도시가 맑은 공기를 위해 동참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보행자의 천국, 자전거의 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캠페인을 열어 일회성 이벤트로 분위기 조성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성을 강조할 것만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전거 도로나 보행도로 확충, 대체연료 등에 대한 논의가 이를 계기로 더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이벤트의 최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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