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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른쪽 눈과 귀가 돼 달라”
‘대통령과 청와대’ 눈과 귀를 겸허히 열어야
민자도로 사장자리, 정치권 농단에 폭풍 불 것


국민의 정부 초기였다. 옷 로비사건 관련 의혹으로 청와대 P공직기강 비서관이 물러난 후 L비서관이 후임으로 취임했다. L비서관은 당시로부터 10년 전부터 필자와 전연이 두터운 터였다. L비서관은 필자에게 “청와대 밖의 사회를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나의 오른쪽 눈과 귀의 역할을 해 달라. 나의 왼쪽 눈과 귀로는 내부 채널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접할 것이고 귀하의 눈과 귀를 통해 나라를 돌아보고 국정을 바로 하는데 균형을 잡으려 한다”고 간곡하게 주문했다. 그 후로 무거운 소명감으로 5년을 눈과 귀의 역할을 했다.

청와대는 전방위적으로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수집된 사안들은 주무수석실로 전파돼서 즉각 사실 확인을 거쳐 조치돼야 한다. 정치와 통치의 그늘 뒤에서는 늘 ‘먹이사슬 비리’가 자생한다.

그 역사의 이면에는 애국충정에 넘치는 인물도 있다. “내부라인의 보고는 입맛에 따라 각색된 요리”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한 그때의 L행정비서관은 국민의 정부 말기에 차관을 거쳐 현재 장관으로 재임중임을 밝힌다. 당시 언론의 핍박 하에서도 필자처럼 여러 충정어린 언론인이 눈과 귀의 역할을 했으리라. 청와대 비서관들의 가장 큰 임무와 소명은 청와대 밖의 사회 전반에 걸친 현상과 정보에 겸허히 눈과 귀를 여는 일이다.

YS 정부 때다. 당시는 청와대 H 민정비서관 산하에 6명의 엘리트 경제관료 6명으로 구성된 신 경제팀이 있었다. 1995~1996년에 걸쳐 매주 사회동향과 경제의 흐름을 읽어 내기 위해 남대문 동대문 주요 서민시장과 지방의 매출동향을 직접 지표 실사하기도 했다. 민정비서관 산하 신 경제팀에서 1996년 봄과 여름에 걸쳐 곤두박질쳐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장경제 동향을 읽고도 그해 가을 실질경제성장 지표를 7%로 발표하는 오판 때문에 겨울에 밀어닥친 IMF라는 경제적 위기를 예감하지 못했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눈과 귀에 포착된 사회 경제동향정보는 통치권의 벽에 막혀 차단됐다. 통치권이 독선과 자만으로 눈과 귀가 닫혀 균형감각과 분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요즘 여러 곳에 1군 건설업체가 시행중인 민자 고속도로가 있다. 그 민자도로 법인들의 사장자리를 극비리에 국토해양부에서 교체를 권유해 여러 명이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신임 사장은 외부(?)에서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국토해양부에서 총대를 메고 민자도로 사장자리를 비워 달라 주문한 속사정은 무엇일까. 만약 민간회사 사장자리를 탐내는 정치권의 농단에 의한 것이라면 MB정부 출범 초기에 통치력의 발목을 휘어잡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이 내용을 청와대 모 비서관에게 제언했다. 그는 “이런 전화 하지 말라”고 했다. 자칫 이권에 개입됐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면 불편하니 모르는 게 약(?)이라는 내용도 포함된 듯 싶다. 나라를 경영하고 통치하는 청와대 1급비서관이 이 정보의 기본 취지를 모를 리 없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외부 정보를 기피하고 안일무사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다면 청와대의 누가 21세기 녹색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MB정부를 국민이 신뢰하고 존경받는 정부로 이끌고 갈 것인가. 불문가지다.

연일 세간의 화두는 ‘소통’이다.
종교 간 갈등, 추락하는 대통령의 국민신뢰도, 계속되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엇박자, 추경예산처리 유산, 혼선을 거듭하는 공기업 개혁과 선진화 문제 등 집권 초반 통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핵심은 무엇일까. 소통이 안돼서다. ‘오른쪽 눈과 귀’가 필요한 것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물론 각 부처의 장차관과 고위관료들이 세상의 민심을 보고 듣기를 꺼려하고, 통치에 필요한 제반정보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안일무사한 보신주의 비서관들이 청와대 도처에 앉아 있다면 ‘소통이 불통’ 될 것이다.

‘서투른 용병술 보다 눈과 귀를 여는 게 낫다‘는 병법 속담도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외부에 접하는 언론과 사람을 통해 ‘오른쪽 눈과 귀의 역할’을 주문해 보라. 지난 10년 정치적 고달픔 하에 인내한 민초들을 되돌아보고 침묵해 온 다수의 지성인들이 눈과 귀를 열게 하라. 대통령과 청와대는 물론 집권여당에 고언한다. ‘오른쪽 눈과 귀’를 열라.

<허성호 대기자>

허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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