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면 혜택 돌아올 수 있도록 제도적 마련돼야

▲ 윤순진 교수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이렇게 지나치게 가동할 필요가 있나요? 조금 더우면 윗옷을 벗으면 될 텐데요. 그리고 이 호텔의 전등을 보니 고효율등이 아닙니다. 저는 투발루와 같이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 가난한 나라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만에 세계 23위 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투발루의 고통에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지난 10월 1일 열린 국제환경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윤순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는 환경을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바로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지적했다.

동료들로부터 환경계의 ‘미래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윤순진 교수의 에너지 대책은 생활 속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 정부의 환경정책이 지나치게 ‘기술 개발’ 위주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윤 교수를 비롯한 주제발표자들은 기술 개발에 먼저 연연할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생활양식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예를 들면 고효율 에너지 제품이나 단열 제품을 사용하는 것 등이다. 윤 교수는 실제 일반 개인이 쓰는 에너지양은 선진국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산업부분과 상업부분에서는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대부분 백열등을 쓰는 빌딩과 같은 상업시설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환경ㆍ에너지 문제를 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는데 기술 개발에 연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추운 것이 당연한데 365일 항상 쾌적하게 살려고 하는게 문제죠.”

▲ 지난 10월 1일 열린 국제환경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윤순진 교수.
때문에 전기 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를 인식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윤 교수는 제안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 요금 수준은 1980년대 초반 수준. 정부는 원자력을 통해 전기를 싸게 공급하고 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원자력을 통한 전기 공급 과정에서 환경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는지, 발생했을 경우 환경 요금을 추가로 부과해 요금을 올려 사람들에게 에너지 소비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교수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아끼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학교나 직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를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지원이 없는 반면 차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주차비를 지원해주고 있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 에너지를 덜 쓰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아끼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유리’하다는 의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지적이다.

윤 교수는 자가용을 운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되도록 걷거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6개의 형광등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낮에는 자연 채광을 통해 업무를 보고, 정 어두우면 스탠드를 켠다. 이같은 환경 실천은 집에서도 마찬가지. 인터뷰를 마치며 당부하고 싶은 부분을 물었더니 일관된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Fast Fashion’이라고 한두 번 입고 버리는 옷이 유행인데 기업이 만드는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이 자신의 옷을 아끼면서 스스로 개성을 만들어 나가야죠. 외국의 경우처럼 아끼고 나누고 바로 쓰고 다시쓰기만 해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아주 많습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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