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농사를 가르치고, 땅은 밥상을 만든다

이 책은 농사 짓고 먹거리를 장만하는 자연달력에 맞춰 책의 구성도 2월부터 시작하고 있다. 곧 입춘에서부터 한해를 시작하는데 입춘 때부터 농사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봄의 기운이 땅 속에서 꼼지락거리므로 사람의 한해 살림살이도 이때부터 꼼지락거리는 것이다. 음력 설날도 대개 입춘 때와 비슷해 한해 시작을 농사에 맞추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와 가족들은 당연히 자연달력에 맞춰 먹거리를 먹는다. 일년 내내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철에 따라 철에 나는 것을 먹고, 풍성한 철이면 풍성하게 먹고, 먹을 것이 별로 없는 철이면 적게 먹는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덧붙여 나름대로 현대식으로 개발한 음식들도 만들어 먹는다. 뽕나무꽃 피고 나서 열매가 열리는 6월이면 농사 지은 채소와 오이를 넣어 샐러드를 만들고, 한꺼번에 많이 열리는 토마토는 끓여서 진공 포장해 토마토 퓌레를 만들어 일년 내내 케첩 소스로 먹는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먹거리만 소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절기에 맞춰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주므로 또 다른 훌륭한 자연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절기마다 피고 지는 꽃, 찾아오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다양한 동물들과 벌레들의 활동들, 그에 맞춰 진행하는 농사일들, 그리고 먹거리에 관한 얘기들이 재미있고 잔잔하게 전개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연을 구경만 하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자연을 말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취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연 속으로 흔쾌하게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자연스런 길을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