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직불금 수령자 반드시 처벌해야
농지 투기 조장하는 '규제완화' 안돼


공직자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올해 신청된 100만여 건 중 22만 건이 부당신청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인당 백만 원씩 수령한다고 해도 2200억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12만 명의 직장인은 봉급을 받으면서 직불금을 타갔다. 관련 수령절차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면 4대 보험 전산망에 떠있는 이들 조차 관리가 안됐을까.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국회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의했고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낙연 국회 농수산식품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이번 부당수령 사건을 두고 ‘떼도둑’ ‘파렴치사건’ ‘집단사기 사건’에 비유하고 “가난한 농민들에게 돌아갈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그들이 빼앗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오는 24일 열리는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총력을 기울여 떼도둑을 색출하겠다”고 밝혔다. .

쌀 직불금은 정부가 쌀 재배 농가의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쌀 산지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이의 85%를 현금으로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참여정부 시절 쌀 직불금 제도를 만들었던 김성훈 전농림부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쌀직불금 100만원, 200만원을 악착같이 받으려고 지주들이 소작농민들을 압박하고 회유하는 것은 농지를 투기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위 강기갑의원은 과천시 거주 부당수령자 중 종부세 대상자 11명의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상 8년간 자경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대상자라며 김 전장관의 문제제기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냈다.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양심도 투기대상이 되는 몰상식의 시대를 맞았다. ‘못 빼먹으면 바보’고 ‘양심을 지키면 손해’ 보는 것이 2008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 국회의원, 변호사들이 불량한 양심을 지닌 채 대한민국의 정책을 다루고 법을 논하는 모순된 상황이 아무런 문제없다는 듯 포장된 채 진열되고 있다. 여기에 농지소유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농지 투기를 부채질하는 농식품부의 정책은 또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낙연 의원의 표현처럼 ‘파렴치범’들이 위정자 노릇을 하는 나라가 올바르게 나갈리 만무하다.

이제 약방문만으로는 고칠 수 없다. 정부는 스스로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잘 못 지불된 직불금은 즉시 환수 조치해 농민에게 돌리고 엄중한 과태료 부과는 물론, 공문서를 위조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스스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지에 대한 근본적인 투기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돼는 식의 처벌은 안 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여 처벌하고 ‘대한민국 바로세우기’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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