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한국위원회(위원장 김명자)’의‘제6차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한국보고서 발표 및 제7차 프로젝트(CDP7) 출범식’이 지난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 위치한 서울시티클럽에서 있었다.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란 금융·투자기관에 기후변화 관련 투자리스크와 기회측정의 기업정보를 제공하는‘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 투자기관의 서명을 받은 CDP본사와 국가별 위원회가 투자기관을 대신해 세계 주요 상장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및 경영전략을 수집,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해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기업의 경영진들에게 환경오염을 인식시키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7대 환경부 장관 출신 김명자 위원장을 통해 CDP6 평가보고서와 관련한 환경 담론을 들어봤다.

지구환경파괴는 시간문제

[#사진2]“환경위기 시계가 1992년 7시 49분으로 시작한 이래 금년 들어 오후 9시 33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현재 시분으로 환경오염의 위기 상황 척도를 알린 김 위원장의 첫 마디였다.

덧붙여 “인류존속의 위기감을 표시한 이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면 그때는 인류 생존은 종말을 고한다는 뜻이죠. 이제 지구환경파괴는 시간문제입니다”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지구환경파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흔히들 꼽는다. 이 화두에 대해 그는 “사실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은 너무나 온건합니다. 지구 온도가 차츰 따뜻해져서 겨울에 난방비를 덜 들여도 된다는 뜻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라고 운을 뗀 후 다음 설명을 이었다.

“이 현상은 ‘기상이변’이란 용어가 더 적합하고 인류사회가 진화에 의해서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실상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하지 않을 수 없게 최근 기후변화의 상황은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질환에 시달리고 어디서는 대형 수해가 나고 어디서는 대규모 가뭄이 발생하고 식생대에 엄청난 충격을 초래하고 수자원 관리에 손을 쓰기 어려운 궁지로 몰리게 됩니다. 한마디로 인류 문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후변화와 관련해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과 판매 중심의 마케팅 접근 방식을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환경마케팅에 관한 좀 더 탄력적인 인식을 갖게 된 그 배경이 있다.

한국,온실가스 증가량 세계 1위

[#사진3]2012년에 종료되는 교토의정서 체제 이후 적용될 ‘발리 로드맵(Bali Roadmap)’이 그 대표적 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발리 로드맵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온 미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와 함께 한국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내년도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7대 환경부 장관에 재직할 당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4년간 참석하면서 1999년에 2013년부터 한국이 감축의무를 지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기조연설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국제적 압력은 그럭저럭 견뎌 냈지만 이제는 누구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녹색성장의 국정지표 실현에 의해 선진화된 국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불가피한 시대가 됐습니다. 경제규모 세계13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위, 온실가스 증가량 세계 1위인 나라, 한국이 2013년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라고 기업 온실가스 감축의무에 대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금년 시가총액 대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CDP6에 대해“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험과 기회에 대한 기업의 뚜렷한 인식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평을 내렸다.

기업 거버넌스 확립 시급

그러나 기후변화 이슈를 반영하는 기업의 거버넌스 확립에 있어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회창출의 원천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는 있으나 기업경영에서 이와 관련된 실질적 활동은 매우 미흡하다는 게 여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성적표입니다”라고 따끔하게 꼬집었다.

이번 CDP6 Korea 50 조사에서는 비제조업종의 기업이 설문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전체 응답률은 32%로 ‘CDP6 글로벌 500’ 평균인 77%에는 한참 뒤처지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평균인 28%보다는 약간 앞선 것으로 통계됐다. 그러나 모멘텀 측면에서 볼 때 기존에 국내기업이 타 아시아 기업들과 비교해 확실히 가지고 있었던 기후변화 대응방식과 질적인 측면의 우위가 오히려 대만 등지에 비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 위원장은 “명확한 거버넌스 확립을 토대로 기후변화 이슈가 제품개발과 연구개발, 기업의 M&A 전략, 설비투자 방식, 마케팅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면서‘저탄소경영’을 위한 근본체계가 자리잡아 나가는 점이 중요합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CDP6 응답기업의 대부분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로 산업계가 받는 충격은 산업군에 따라서도 차이가 납니다. 18%대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산업 부문도 있고 동일 산업군에서도 기업에 따라 10% 이상 매출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기회로 삼는다는 뜻은 이런 상황을 계기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탐색하고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뜻합니다. CDP한국위원회는 저탄소 경제 시대로의 전환, 녹색성장과 녹색투자로 가는 길에 기업과 금융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CDP7에는 비제조업 분야를 비롯한 더 많은 기업의 동참을 부탁합니다”고 당부했다.

<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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