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사태의 핵심이 황우석 개인을 넘어선 모종의 공모체 즉 과학기술동맹에 있음을 강조하려 한다. 이는 사태 전반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필자들의 고유한 분석틀이자 저자들이 힘주어 설명하려는 이 사태의 핵심이기도 하다. 때문에 필자들은 ‘황우석 사태’는 다시 제기돼야 한다고 말하며, 과학기술동맹에 포함된 여러 관련자들의 책임을 따져 묻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태를 애써 봉합하려는 시도는 문제의 배후를 감추고 심층의 의미를 가린다. 이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소 시점이 지났거나 상당수 정보가 공개된 마당에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들의 글쓰기는 최초 문제를 제기한 이후 줄곧 날카로웠고,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겨냥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보면 한 가지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산해 내놓은 보고서로서도 가치가 있겠지만 저자들의 작업은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영역에서 일종의 전범 역할이 될 만하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특정 과학 사건에 대한 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반추하게끔 하는 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요컨대 ‘황우석 사태’에는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들이 집약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황우석 사태’ 전반을 이해할 수 있음을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