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상승으로 환경·생태 변화 및 산업 전반 재편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현상 중의 하나는 바로 여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유난히 가을이 더디게 왔던 올해.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같은 기후변화가 환경 및 생태계는 물론이고 건설, 문화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 여름철 기온 1908년 이래‘최고’
“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이예요.”
“에어컨, 선풍기 정리하고 넣어놨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도로 꺼냈어요.”




여름도 가을도 아닌 애매한 날씨가 계속됐던 올 여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던 말들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여름철 기온은 평년보다 0.1~0.4℃ 정도 높았으며, 9월 평균 기온 역시 전국 21.5℃로 평년보다 1.3℃ 정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의 평균기온은 22.0℃, 평균 최고기온은 26.9℃, 평균 최저기온은 18.0℃로 평년에 비해 각각 1.2℃, 1.3℃, 1.3℃까지 상승하는 등 9월 25일까지 1908년 기상 관측이래 평균기온과 평균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에 대해 녹색연합은 “우리나라가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평균기온이 20℃를 넘는 여름 일수는 103일에서 130일 가량으로 늘어났는데 비해 평균 기온 5℃이하의 겨울 일수는 150일에서 102일로 50일 가량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산림·해양 생태계 변화는 이미 ‘진행 중’
기온상승과 관련된 기후변화가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같은 기후변화는 환경·생태계는 물론 농업, 금융 등의 각종 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전반을 바꿔놓고 있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팀장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변화와 향후 대책’에 의하면 한반도 기후변화의 영향은 호우 증가로 인한 홍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농작물 품종 변경, 어류 어획시기 변화 등의 농업 및 해양생태계 등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 징후가 이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업 및 산림 생태계에 있어서는 소나무 재선충 등 병충해가 증가하는 한편, 사과 주산지가 대구에서 제천으로 바뀌는 등 주요 농작물들의 서식지가 달라지고 있으며 아열대 나비종이 설악산과 백령도에서 발견되고 있다.

해양생태계 및 수산업과 관련해서도 해수온도가 최근 10년간 0.2゚C 상승했으며, 해수면도 10~20cm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아열대 해파리가 연근해에서 발견되는 등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변동되는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아울러 수산 양식지역 변동과 어획시기 및 어종변화도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다.



▲ <자료=기상청>

고윤화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역시 2007년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표적인 현상이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이 대기, 농림, 해양 등 환경적인 부문뿐만 아니라 에너지, 제조업, 금융 등 산업, 경제적 부문, 국민생활 패턴 및 관광, 레저 등 사회문화적 부문 등 전분야로 침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연간 해수면온도가 0.02℃ 증가하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명태, 대구 등과 같은 한대성 어류가 감소하고 오징어, 도미 등 난대성 어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체리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지고 솔나방에 의한 소나무 피해가 확산되는 등 산림에 대한 기온상승의 영향으로 인해 21세기말에는 침엽수림이 현재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감소하고 활엽수림은 현재보다 9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물재배지도 이동하고 있다. 녹차의 경우 보성과 하동에서 고성으로, 인삼은 금산에서 홍천으로, 사과는 영천에서 영월 등으로 기존 재배지에서 북상하고 있다.

건설·교통, 에너지 산업, 금융 등 파생 비용 줄줄이 ↑
이같은 환경적인 분야가 기후변화로 인한 1차적인 변화라면 기후 산업, 교통, 금융 등에서도 급속한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마침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선포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산업분야에서 저탄소, 고효율 상품 판매가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증대될 전망이다.

건설교통 분야의 경우 기후변화로 전반적인 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상재해로 인한 도로, 철도, 항공, 해상 운송 장애를 비롯해 고온으로 인한 철도, 도로의 파손 등으로 유지, 보수비 증대, 건물 균열 발생 등으로 부동산 가치 하락, 연안 침수로 인한 가용토지면적 감소로 지가 상승, 건축물 에너지 및 안전 기준 강화로 건축비용 상승 등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보험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탄소펀드, 온실가스 감축사업(Clean Development Mechanism, 이하 CDM)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기반침하에 따른 건물 파괴 등과 같이 기상재해로 인한 보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 <자료=Caisse des Deports Mission Climat“Carbon Investment Funds:The Influx of Private Capital”>

㈜ 1. 금액은 탄소펀드가 발표한 설정액 기준. 2. 2008년 자료는 2007년 11월 이후 설립예정인 탄소펀드 포함

탄소펀드의 경우 1999년 세계은행이 설립한 최초의 탄소펀드인 Prototype Carbon Fund(PCF) 이후 정부구매프로그램, Project Facility를 포함한 탄소펀드는 2007년 10월까지 58개(70억 Euro)가 설정됐다. 여기에 설립을 발표했지만 아직 설립되지 않은 펀드들을 포함하면 2008년까지 67개 펀드 총 94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본지 2008년 9월 20일자 인터넷 발행 기사 ‘탄소펀드 입맛대로 고르자’ 참조)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2007년부터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2007년 12월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사모형태로 참여한 1200억원 규모의 한국사모 탄소특별자산 1호 투자회사(Korea Carbon Fund)가 설립된 바 있다. 올해 6월에는 동양투신운용이 세계적인 탄소 배출권 사업업체인 에코시큐리티와 탄소펀드 운용을 위한 자문계약을 맺고, 국내 및 아시아지역의 CDM프로젝트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폐쇄형 사모 탄소펀드를 7월에 출시했다.(상동)

기업들의 인식에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대응 컨설팅 기업인 그린폴라리스 관계자에 의하면 작년 초만 해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CDM 관련 홍보를 나가면 ‘CDM이 뭐냐, 왜 해야 하느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CDM에 대해 모르는 기업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CDM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몰라 요청이 들어오는 기업들에게 분야별, 기업 상황별로 자문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자료=환경부 ·국립기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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