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최우선으로 두는 용기
이 책은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의 충격에서 시작됐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보편적인 울림을 갖고 있다. 세기말 미국의 문제를 뛰어 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저자가 비폭력과 무소유를 실천하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여덟 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이고, 35년 이상 가정과 청소년 문제를 상담해 온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할 만한 경험을 가진 저자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요즘 부모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자녀 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묘안이 아니라 용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두는 용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누구나 자식을 자기 삶에서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이리저리 직장을 옮긴 아버지를 따라다녀야 했던 패트의 생각은 다르다. “너무나 많은 중산층 부모들이 일에 매달리는 것을 본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40~60시간 일하는 데서 당장은 더 쉽게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정과 목표가 잘 짜여져 있는 조직에서 성공하는 것이 가정을 잘 꾸려 나가는 것보다 훨씬 쉽다” 부모들이 자기 일을 희생이라 말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라는 것이다. 교도소에 있는 라이언의 경우는 조금 더 심하다. 그는 종교적인 가정에서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았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 가톨릭 학교에 다녔으며 성당에서 사제를 돕는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는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갔다. 그 외에는 혼자 갔다. 그리고 어머니가 집에서 하나님에 관해 말하는 때는 오로지 규칙이나 벌을 정당화할 때뿐이었다.” 비싼 학교와 교회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줄 것이라 믿은 결과이다. 이처럼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던 데일은 주 80~90시간의 일과 엄청난 연봉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와 다섯 아이의 진짜 아빠가 됐다. 전 미국 국무장관 램지 클라크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딸이 있다. 그는 딸을 위해 오랜 시간 여러 기관을 거치면서 치료를 거듭했으나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론다의 장애에 대한 걱정을 그만두었을 때 큰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수많은 ‘지식과 묘안’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진부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아이들에게 행복한 지금을 되돌려 주는 용기, 이것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는 아이들을 믿으면 저절로 아이들이 만들어 줄 것이다. 브루더호프 공동체 설립자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말하듯이 아이들은 ‘우리를 진리로 인도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비폭력과 단순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브루더호프 공동체 설립자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손자이다. 현재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십대와 부부, 독신자와 재소자들을 상담하고, 말기 환자와 가족을 돌봐왔다. 여덟 자녀의 아버지이자 35년이 넘는 가정 문제 상담전문가의 경험에다 공동체에서 쌓은 경험을 더해 이 책을 썼다. 잃어버린 기술 용서, 브루더호프 아이들, 평화주의자 예수 등 자녀 교육, 영성, 평화에 관한 많은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