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을 뛰쳐나간 독일의 지구과학자들,
무슨 영문으로 그들은 실험실 대신 ‘삶의 현장’ 으로 나간 것일까?


2002년 독일의 과학자들은 과감한 실험을 감행했다. 그들은 실험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연구소를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시장으로, 학교로, 백화점으로 나아가 현대 지구과학의 연구 주제와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알렸다. ‘지구, 지구과학의 해’의 해였던 2002년 한 해 동안 ‘행동하는 지구과학자들’은 베를린, 라이프치히, 쾰른 노이마르크트, 브레멘 등 독일의 곳곳을 지역을 돌아다니며 2500회 이상의 공식 행사를 열정적으로 치러냈다. ‘불, 물, 흙, 공기’는 이 행사의 내용을 저명한 과학 전문 기자와 지구과학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하나의 책으로 엮어낸 결과물이다.
홍수, 가뭄, 화산 폭발과 같은 천재지변에서부터 물 부족, 에너지 부족, 지구 온난화 등 인류의 욕심으로 인한 재해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지구의 상태에 대한 언급들로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과학은 실험실과 연구소에서 고답적으로 연구되는 학문이라기보다 인류의 생활공간인 지구 곳곳의 ‘현장’에서 탐구되는 학문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학문인 것이다. 매일같이 방송되는 일기예보도 따지고 보면 지구과학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해지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깝고 실용적으로 소비되는 뉴스인 것이다.

지구의 과거를 추적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열쇠,
불, 물, 흙, 공기! 이들의 협력으로 지구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공간과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자연 재해에 대비해 생명을 보존하는 일은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어떠한 연구들보다 인류의 존속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다양한 면모와 수십억 년 동안의 변화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열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불, 물, 흙, 공기 4원소의 협력관계에 주목하며 46억년 지구의 역사를 파헤친다. 사실 불, 물, 흙, 공기는 고대 철학자들이 자연의 구성원소로 꼽은 기본 물질이었다. 시칠리아의 의사였던 엠페도클레스가 4원소를 기본 물질로 정리하고 이 의견을 서양 철학의 대부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계승하면서 오랜 시간동안 4원소론은 서양 세계의 물질관으로 자리잡아온 것이다. 이와 같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4원소가 현대 지구과학의 연구에 있어서는 지구의 복잡한 기상 변화와 지각 변동을 만들어 내는 요소로 파악되고 있다.
이 책은 가스와 먼지로부터 지금의 지구라는 단단한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 속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까닭은 무엇인지, 1만 년 전에는 분명 깊숙한 얼음층 밑에 있던 땅이 어떻게 해서 우리의 발밑에 존재할 수 있게 된 건지, 화학적으로는 파괴적인 원소인 산소가 지구 생명체에게는 ‘생명의 묘약’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햇볕 한 줄기 들지 않는 심해저의 블랙스모커에서 생명을 가진 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다는 사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온도에서만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뱅크셔라는 식물의 이야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경이로운 생존 방식에 감탄하게 만든다. 또한 지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밝혀내기 위해 지각 아래로 부단히 시추공을 뚫는 지구과학자들의 이야기, 세인트헬렌스 산의 화산활동을 연구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갔다가 화산 폭발과 더불어 생을 마감한 한 화산학자 데이비드 존스턴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 극지방에서 어렵게 채취한 얼음 핵을 연구하고자 추운 냉방 환경도 달게 감내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때론 눈물겹고, 때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들!
지구과학은 상아탑에 갇힌 학문이 아니라,
지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학문이다!


이 책은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는 지구과학자들의 노력과 그 연구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본문 중에는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언급되고 있다. 인류가 굶주린 듯이 허겁지겁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수백만 년 동안 화석 연료 속에 갇혀 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한 결과, 천 년 동안 부패하지 않는 생명체의 잔재로부터 만들어진 화석 연료의 양보다 전 세계에서 매일 소비하는 화석 연료의 양이 더 많아지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다. 생명의 묘약인 물은 현명하고도 공평한 사용 방법을 모르는(어쩌면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인간의 우둔함으로 인한 물 부족 및 식수 오염의 결과로 일부 지역의 주민들의 삶을 참혹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책은 객관적인 데이터들을 근거로 산업 국가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며, 보다 나은 식수 시설의 확충을 기대하는 등 지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제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오늘날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


‘불, 물, 흙, 공기’를 읽는 즐거움은 지구 곳곳을 탐구하는 지구과학자들의 땀이 스민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올컬러로 구성된 사진들은 본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지구과학적 사실들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박스 속의 에피소드들은 본문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가적인 내용들을 보충해준다. 때때로 챕터의 시작을 동서고금의 현자들이 읊조렸던 불, 물, 흙, 공기에 얽힌 인용구들로 열며, 본문의 첫 운을 인상적으로 떼기도 한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생각했던 탈레스, 나쁜 날씨란 없으며 다만 좋은 날씨의 종류가 다를 뿐이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 변동에 대해 넉넉한 관대함을 보여주었던 존 러스킨 등의 인용구들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지구라는 환경을 이해하고 바라보고자 노력했던 인류의 다양한 시선을 응축해 드러내준다.
이 책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날씨 변동의 배후가 궁금한 사람들, 지구온난화나 사막화와 같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독자들, 이해하기 쉬운 지구과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 중고생들, 학생들에게 보다 생생한 지구과학 수업을 들려주고 싶은 과학 선생님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 지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지구과학 가이드북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읽어봄직한 ‘불, 물, 흙, 공기’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 지구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저자 소개

호르스트 라데마허(Horst Rademacher)-지구계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 교수

에어빈 라우시(Erwin Lausch)-공기
독일 과학저널 자유기고가

다그마르 뢰를리히(Dagmar Rorlich)-불
독일 과학저널 자유기고가

비프케 뢰게너(Wiebke Rogener)-물
독일 지질해양연구소 자문위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