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
한국 최초로 우주 공간에 머물렀던 이소연 박사를 만났다. 우주에 다녀온지 벌써 1년이 지난 지금, 연구원 생활과 숱한 외부 강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개인 신분이 아니라 항공우주연구원 소속의 공인인 만큼 어렵게 시간을 정하고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진솔한 얘기를 토대로 요즘 근황과 삶의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필자 또한 2년 전 모스크바 현지 최종테스트 현장에서 취재를 하며 보낸 시간이 있었기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심적 부담이 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 이소연 박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Q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요즘은 주로 외부 강연을 다녀요. 연구실에 있는 시간도 있지만 외부 출장 시간이 대부분이에요. 강연의 주 내용은 모스크바 가가린센터에서 했던 훈련과 우주에 다녀온 과정에 대해 얘기를 해요. 한편 제가 했던 실험과 관련이 있는 기관에서의 강연에는 주로 실험내용에 관한 얘기를 합니다.

Q 수많은 강연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특별히 어떤 하나의 강연이 기억에 남기가 힘들어요. 일주일에 4~5번 이상 강연 일정에 쫓기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강연의 내용도 가지각색이고 대상자도 할아버지부터 어린이까지 골고루에요. 다 기억에 남는 강연이었어요.

Q 연구실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세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엔 제가 연구원이고 연구에만 파묻혀 지내고 있는 줄 알겠지만 아직은 연구 활동이 힘들어요. 연구실에 있는 시간보다 외부 강연 시간이 많은 것도 그 이유고 지금은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 박사님들과 향후 연구에 대한 논의 단계에 있어요.

Q 카이스트 겸임 교수직을 맡고 있다고 들었는데 활동은
-겸임 교수직을 받았을 때 이미 이번학기 교과목 배정이 다 돼 있었기 때문에 제가 맡은 과목은 없어요. 차후에 카이스트와 항우연과의 조율로 배정 받을 것 같아요. 지금은 주로 외부 강연 위주로 합니다. 다음 학기라든가 그 다음에 맡게 될 것 같아요. 강의라는 게 준비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강의를 맡으면 더욱 바빠지고 힘들겠죠. 그래서 그런지 카이스트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있고 차차 논의하기로 했어요.

Q 환경 분야와 관련된 실험계획이라든가 앞으로 계획된 일정이 있다면
-저는 항공우주 분야이기 때문에(하하~! 웃음 지으며) 직접적인 환경 관련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국 영향이 미치겠죠. ‘투모로우’라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자들이 각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환경 위기로 다들 모이잖아요. 그리고는 문제를 풀어나가죠. 환경과 관련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앞으로 계획된 실험이라면, 우주실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한반도 촬영 및 기상관측을 연구한 것으로 안다. 환경과의 연관성은
-연관이 없을 수 없어요. 지상에서 일어나는 황사라든가 갑작스런 홍수, 기상 이변을 촬영했어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10일밖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잡기는 어려웠죠. ISS에서 6개월 머무르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 합니다. 제가 ISS에 머물 동안 한반도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세 번 정도밖에 안됐어요. 그 짧은 횟수에 한반도를 지나는 시간 또한 1~2분밖에 안돼서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낮이건 밤이건 구름이 많이 껴 있어서 보기가 힘들었어요.
우주인들 대부분이 신기한 자연 현상을 우연하게 본다 하더라고요. 저 또한 우연찮게 지구에서 우주 쪽으로 치는 번개를 본 적 있는데 다른 우주인들이 얘기하기를 6개월 있어도 못 봤던 장면이라더군요. 우주로 떠나기 전 다른 우주인들에게 촬영 부탁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자면, 그 사람의 집이 어딘데 그 지역을 찍어 달라 뭐 그런 식이에요. 한 미국 우주인은 LA다저스 야구팀의 광적인 팬이었는데 LA 다저스 구장을 찍어줄 수 없냐며 부탁하더라고요.
어쨌건 ISS에서 한반도 상공을 찍으려 하니깐 다들 찍기 힘들거다 얘기하더군요. 앞서 말했듯이 워낙 구름 낀 날들이 많아서요. 서울 한강의 모습을 줌으로 당겨 찍는 게 있었는데 역시 구름 때문에 찍기 힘들었어요. 한편 신기하게도 아프리카는 구름이 껴 있는 날이 거의 없어요. 정말 깨끗하게 보여요. 우리나라도 그랬더라면 찍기 쉬웠을 거예요.

Q 한반도에 미치는 황사 영향 촬영 임무가 있었다는데 촬영 결과는
-역시 어려웠습니다. 황사 관련 촬영뿐 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요. 하지만 ISS 공간에서 오래 머물었던 우주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육안으로도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더군요. 몇 달 전에는 분명 사막지역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사막화가 돼버렸다는 것이죠.

Q 우주공간에서 바라본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웠나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제가 소설가가 아니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어렵네요. 느낌을 말로 형용한다는 게 그 형용된 표현 속에 갇혀 버릴까봐요. 그래도 표현하자면,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들 접하잖아요. 티비에서는 자주 봤지만 실제로 보면 ‘헉!’ 소리 나잖아요. 실제모습에서 후광이 보이고 온 세상이 하얗더라는 얘기처럼요. 지구 모습도 위성사진으로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면 그런 느낌인거죠. 정말 ‘헉!’ 소리 나요.

Q 지구가 굉장히 눈이 부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물리적으로 눈이 부실 수밖에 없어요. 태양광이 발생하는 거라 어느 방향에서건 창밖을 보면 굉장히 눈이 부셔요. 자동차를 타고가다 마주 오는 차의 전조등 빛처럼 눈을 제대로 못 뜨게 만들어요. 하지만 너무 아름답죠.

Q 환경부 ‘기후변화대응 홍보대사’ 맡게 됐다 들었다. 그 배경은
-적절한 사람으로 판단이 됐나 봐요. 대부분의 우주인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기후변화에 민감해요. ISS 공간에서 지구를 내다보면 피부로 와 닿는 거죠. 예를 들어 빙하의 모양이 확실히 달라졌고 없던 사막도 늘어났다고 해요. 그러다보니 피부로 와 닿죠. 이런 모든 모습들을 우주공간에서는 전부 하나로 보는 거예요. 각 지역, 나라로 구분짓는게 아니라 다 같은 우리 지구라는 거죠.
안타까운 사실은 환경 더럽히는 사람들 보면 더러운 공간에서 안 살아요. 더럽히는 환경 속에서 어떤 존재가 서식하고 살아가든 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오염의 피해는 후진국들이 가져가요. 그러다보니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 평화 문제 등도 같은 맥락이죠. 이런 분야의 홍보대사를 맡는 이유가 ‘나와 너’ 개념이 아닌 ‘우리’라는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Q 그동안 홍보대사 관련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
-이산화탄소 줄이기 운동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홍보대사 선발 심사위원을 했었어요. 아직은 다양하지 않지만 앞으로 많은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 심각성은 알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어요. 예를 들어, 길거리 포장마차, 트럭에 물건 쌓아 놓고 파는 노점상들이 백열등을 주로 사용하잖아요. 형광등에 비해 백열등은 에너지 소모가 커서 바꾸는 노력을 해야지만 정작 백열등이 큰 문제가 아니라 백열등을 키기 위해 돌아가는 발전기가 문제인거죠. 트럭 또한 시동 켜 놓고 백열등을 돌리는데 시동을 오랫동안 켜 놓는 게 환경 공해에 더 큰 부분을 차지해요. 다양한 활동으로 시민들이 직접 와 닿을 수 있게 의식전환을 위한 노력을 할 계획입니다.

Q 독자들에게 권하는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 방안
-저한테도 어려운 문제인데 어떻게 하면 피부로 와 닿게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합니다. 이게 내 문제가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남의 문제라 생각하니깐 잘 안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모 프로그램에서 보니 호주 어느 지역에서 불이 나고, 옆 지역에서는 홍수가 나고 또 다른 지역은 가뭄이 동시에 일어나잖아요. 이제까지 호주가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썼기 때문에 재난이 왔다는 보도를 하더라고요. 결국 인간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거죠. 요즘 우리나라도 가뭄과 물 부족으로 이슈가 되지만 사람들은 수돗물이 잘 나오니 큰 문제라 여기지 않는 거예요. 내 밥상에 야채가 안 올라오고 쌀이 안 올라와야 느끼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전에 우리 모두가 깨닫고 실천해야한다 생각합니다. 결국은 서로 배려하고 감사하고 상대방을 조금만 더 생각하면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Q 모 방송 음악프로에 놀러갔다가 무대 위에 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공식 일정이 아닌 개인적으로 간 공연이었는데 그렇게 됐어요. ‘봄여름가을겨울’ 노래 좋아한다고 했는데 때마침 그분들이 왔고요. 그 프로그램 PD가 전에 우주인 선발과정 맡았던 담당 PD였고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하하). 예상치 못했던 무대였지만 좋아하는 가수,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부모님 집에는 자주 내려가는지
-전에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도 합숙훈련하고 집에 내려가지 못 할 때가 많았죠. 뿐만 아니라 중학교 때부터 학교 기숙사 생활을 했고 집 떠나 혼자 살았던 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일 년에 고작 서너 번 정도밖에 못 내려가요. 아빠 생신, 엄마 생신 등등이요. 우주인 선발과정에서는 방송국 사람들이 도움 참 많이 줬어요. 어떤 분은 엄마 병원에 가셨을 때 대신 병문안 갔다 오시기도 했어요. 항우연이나 교과부에서도 못했는데 너무 고마웠죠. 그래서 인간적으로 더 마음이 와 닿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 지속하고 싶어요. 혹시 모르죠, 나중에 제가 상품적 가치(?)가 떨어져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자주 만나다보면 더욱 돈독해질지도(하하).

Q 부모님 생각은
-제 성격이 워낙 남자 같고 표현을 잘 안 하다 보니…. 대신 제 동생이 딸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괜찮아요. 그래도 마음은 늘 부모님 생각하죠. 늘 감사하구요.

Q 다른 우주인 후보들과는
-연락 자주하며 지내요. 마지막 최종 모스크바까지 갔던 이진영 소령님, 윤석오 씨, 준성이, 아정이 등등 모두 연락하며 살아요. 참 좋은 인연이죠. 워낙 바쁘게 지내다보니 자주 못 보긴 하지만 고산 씨도 함께 연구원에 있어서 가끔 보고 있고요. 어쨌건 소중한 인연들 한결 같았으면 좋겠고 끝까지 갔으면 해요.

<한종수 기자>



▲ 기후변화대응 홍보대사를 맡은 이소연 박사




▲ 지난 2006년 우주인 선발대회 최종테스트 당시, 모스크바 거리에서 담은 사진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