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문화 창조… 논쟁 대상 아닌 당위

▲ 한국환경정책학회 정회성 학회장
지난 13일 롯데호텔에서 한국환경정책학회 15주년 기념 합동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초대회장을 지낸 노융희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현 회장을 맡고 있는 정회성 학회장 등 환경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녹색성장 실천방향 및 21세기 환경정책과 비전’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가 진행됐다.
‘한국환경정책학회’를 한국 최고의 환경정책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이날 행사의 주최자 정회성 학회장을 만나봤다. 진정한 그린(Green) 문화를 역설했던 정 학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Q 환경부 정책들이 다양하다. 환경부의 정책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환경부 정책이든 다른 기관의 정책이든 ‘그린(Green)’을 외칠 때 진정한 그린이 무엇이냐를 곰곰이 생각해보곤 합니다. 하얀색에서, 빨간색에서 색깔만 바뀌었다고 녹색은 아닙니다. 무엇이 녹색인지 본질적으로 바꿔나가야 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개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환경부가 정책부서로서의 핵심 기능은 진정한 그린문화를 평가해주고 조율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환경부가 얼마나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정부가 혹은 환경부가 나서서 지나치게 환경 정책을 규정,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왜 났습니까?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환경 정책 또한 그럴 우려가 있습니다. 중심을 잃지 말고 민간이 하는 것을, 기업이 하는 것을 체크해서 분석하고, 정보를 주고, 교육시켜야 합니다. 그런 방향에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가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회가 ‘그린’을 떠드는데 진정한 그린을 외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입니다. 신자유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나친 정책 개입과 규제가 아니라 모니터링, 정보 공유, 교육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국토해양부나 농림부처럼 이익사업을 하려는, 이윤을 추구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Q 그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타 기관과의 협조가 안 되는 것 같다. 의견은 어떠한가

-그렇다고 새로운 강력한 기관을 만드는 건 아니잖습니까. 환경부가 강력해져야죠. 환경을 위해서 펴나가야 할 정책들이 타 기관과의 마찰로 모순된 정책으로 비쳐서는 안 됩니다. 잦은 개발로 인해 습지, 숲을 헤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생태 살리기, 간척지의 역간척 사업을 통한 습지 보전 등은 좋은 사업이죠. 환경부의 정책과 지자체의 실행에서 오는 이원화 혹은 이율배반적인 현상들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지요.

Q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정책 얼마나 실효를 거둘거라 생각하는지
-새로운 녹색 문명을 만들어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해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따지는 게 아니란 얘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곧 우리 사회가 잘되는 길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 친화적인 새로운 기술, 신(新) 문명사회 도래는 당위입니다. 더 이상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소모적 논쟁일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목적을 달성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다양한 집단과 계층이 참여해 환경에 대한 논의를 더욱더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이론과 실재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들이 만들어졌을 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당위입니다.

Q 환경정책학회가 지금껏 어떠한 역할을 해 왔는가
-가장 큰 역할은 현안정책을 선도하는 연구와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 규제개혁과 환경행정, 지역 간의 환경갈등, 각종 부문별 환경문제와 정책 대안 등 현안에 대한 과제를 적시에 선정해 적극적으로 논의하면서 진보적 정책 발달에 기여한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환경문제의 지적과 함께 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를 충실하게 해 왔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대안 제시는 오랜 경험과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학회 회원들은 이런 정책 연구에 적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학제적인 문제와 정책 연구에 충실했다는 것입니다.

Q 학회가 나가야 할 방향
-현재 세계는 환경과 경제 동반위기 시대에 있다고 봅니다. 기후변화, 생물종 감소 등 지구환경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과 지구표면의 과잉개발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 현상의 심화는 우리 문명의 미래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기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분석은 아직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환경 지속가능의 차원을 넘어서서 진정한 녹색 문명을 창조하는 정책이 무엇이냐를 학회가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학회가 큰 비전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죠. 현재 환경연구라는 것이 결국은 경제연구와 통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연구 방법론, 어떻게 하면 통속적인 환경정책연구의 단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녹색’이란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진정한 녹색이 무엇이냐를 정립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가를 위해서는 특히, 통일 이후 한반도 환경을 위해 환경정책학회가 중심이 돼 여러 관련 학회와 힘 합쳐 분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 봅니다.

-<한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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