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천천히 살면 어때요?

‘돌아오니, 참 좋다’는 저자 이우성이 8년 동안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틈틈이 써두었던 글과 2008년 초부터 경향신문에 연재해온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책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우리 집 아침 풍경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시골 내려와 별 볼 일 있게 된 사연’에는 도시를 떠나 충북 괴산에 터 잡고 살면서 가족들과 겪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 동네 일규 씨는 왜 매일 웃을까’에는 동네 이웃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무농약 쌀 한 가마를 사는 이유’에는 저자가 직접 느낀 농촌의 현실과 건강한 밥상을 지키기 위한 실천 방법들을 담았다.
경험이 없어 몇 번씩 농사를 망치면서도 끈질기게 고추농사를 고집하는 남편 때문에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아내는 염색 공부와 보자기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아들은 자기가 열심히 골라놓은 콩을 팔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다 줘버리는 것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회의를 통해 해결해나가고, 방학 때 너무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 매일 ‘돌아가며 옛날이야기 해주기, 돈 안 쓰기, 플러그 빼기’ 같은 작은 이벤트를 벌이는 모습에서는 도시에선 누릴 수 없는 또 다른 일상과 행복이 느껴진다. 도시에서만 문화적인 삶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유기농 채소 같은 신선한 생각들이 가득하다.

우리 식구 밥상은 내가 지킨다!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 위기로 귀농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귀농자를 위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착해서 잘 살아가는 사람보다 몇 해 버티지 못하고 다시 농촌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경제신문 기획출판팀장이었던 저자는 경제적 풍요보다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살고 싶었기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식구들과 함께 충북 괴산으로 내려갔다. 귀농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농부’로서 살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아직도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토종씨앗을 지키며 환경농업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다른 가족들과 공동농사를 지어 건강한 농산물을 도시로 내보내고 있다. 공동농사는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다. 처음에는 농사일로만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부로서 우리 농업과 도시의 밥상을 살려야겠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귀농한 지 8년, 이제 저자는 ‘귀농자’ 딱지를 떼고 ‘진짜 농부’가 돼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이고 땅을 일군다. 그리고 여전히 자기 손으로 가꾼 건강한 농산물이 밥상에 오를 때가 가장 기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재배된 건강한 음식을 먹게 되기를 희망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과 풍요로움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소개

이우성

현직 농꾼으로 전직 출판편집자이다. 대학졸업 후 마흔을 바라볼 때까지 출판사에서 열심히 글밭을 일구며 살았다. 2002년 봄, 문득 서울살이가 싫어져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처분하고 충북 음성에 농사지을 땅을 마련했다. 별을 보며 집을 나서 열심히 농사짓고 달을 보며 귀가하는 시골살이가 어느덧 8년째로 접어들었다.
지금은 몸을 움직여 땅을 일구고, 그 땅에서 느리게 수확되는 작물들을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철두철미 유기농만을 고집해, 빠듯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아내에게 가끔 지청구를 듣기도 한다. 이태 전에는 괴산군 감물면 박달산 아랫마을로 옮겨가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건강한 농사법을 연구하며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
경향신문에 시골 소식을 전하는 칼럼 ‘삶 터에서…’를 연재하고 있으며, 그동안 쓴 책으로는 ‘참농부’, ‘농사짓는 즐거움’, ‘제사’ 등이 있다. 그의 아내도 ‘시골에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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