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경일보】한옥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여름날에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앞마당을 비우고 뒷마당에 정원을 꾸미는 우리 전통 가옥의 구조 때문인데, 뜨거워진 앞마당의 공기는 밀도가 작아져 위로 상승하고 이로 인해 뒷마당의 시원한 공기와 기압차가 형성돼 대청 뒷문을 타고 뒷마당에서 앞마당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이 슬기롭게 이용하던 건물 속의 바람은 현대에 와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치마가 휘날린다든가, 밤새도록 아파트 복도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든가, 누군가 아파트 복도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현관문 틈의 바람을 타고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든가 하는 등의 불쾌한 경험들은 모두 건물 안에 부는 바람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초고층 건물의 경우 건물 내외뿐 아니라 건물 상층부와 하층부의 공기 밀도차이로 인해 건물 내에서 공기의 흐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겨울철의 예를 들면, 건물 하부에서 차갑고 압력이 높은 바깥공기가 건물 내부로 유입돼 데워진 후 계단실이나 엘리베이터 샤프트와 같은 수직 통로를 통해 상승해 건물 상부에서 압력이 낮은 바깥으로 다시 유출되는 것이다. 마치 굴뚝을 따라 공기가 흐르는 것과 같아 연돌효과(stack effect) 또는 굴뚝효과(chimney effect)라고 한다.


연돌효과는 모든 건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나 그 정도가 미미해 최근까지 문제점이 인식되지 못했으나 1990년대 이후 초고층 건물의 급증에 따라 그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난방 공기의 유출로 인한 에너지 손실, 출입문 개폐의 어려움, 엘리베이터 작동 오류, 불쾌한 소음, 화장실 또는 식당 등의 배기 불량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화재 발생시 계단실이나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통해 화염이나 연기가 급속하게 상부 층으로 확대돼 큰 인명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연돌효과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왔는데, 독일의 코메르츠방크 본사,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타워, 일본의 리버티 타워 등은 연돌효과를 저감하는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돌효과를 능동적으로 이용해 자연스러운 통풍을 유도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예들이다.

 

우리나라도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연돌효과를 저감하거나 이용하기 위한 관련 기술들의 개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허청(청장 고정식)에 따르면, 연돌효과와 관련해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54건의 특허가 출원돼 건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2000년대 후반 들어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돌효과를 저감하는 기술로는 건물의 기밀성을 높여 건물 내 공기 흐름을 저감시키는 기술, 건물 내부 구획을 추가해 압력을 분산하는 기술, 엘리베이터 샤프트 내부를 냉각시키는 기술, 회전문을 이용하는 기술 등이 있는데 연돌효과 관련 출원의 2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연돌효과를 이용하는 기술의 출원 비중은 72% 정도로 연돌효과를 저감하는 기술의 2.5배 이상 출원되고 있으며 자연에너지 이용에 대한 관심 증가로 점차 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연돌효과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기술로는 이중외피를 이용한 기술을 비롯해 강제 환기 방식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환기 시스템, 태양열을 이용한 연돌효과 촉진 기술, 심지어 텐트의 배기 성능을 높이는 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들이 출원되고 있다.


한편 출원 주체별 분포를 살펴보면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의한 출원이 59% 정도로 대기업이나 연구원에 의한 출원 31%보다 2배 정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 출원의 대부분은 시공사에 치중돼  있다.

 

 연돌효과는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로 건물 중공 후에는 관련 대책 마련에 큰 비용이 들고 그 방법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건축 계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후적 요인, 건축적 요인, 시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건축가, 에너지 전문가, 시공사 등 관련 기술자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 참여와 협력이 요구된다.


특허청 관계자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 건축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돌효과의 제어는 고층 건물에서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주거 환경의 개선을 도모함과 동시에, 연돌 효과를 이용한 풍력 발전 등 신생에너지 생산의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 관련 출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청도 에너지 부하 저감과 자연에너지 이용 기술 분야 전반의 체계적인 개발을 돕고 관련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그린홈 분야의 지식재산권 중심 기술획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민 기자 yongmin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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