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일보】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개혁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가 아직도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조석래)는 지난 9일 발표한 ‘2009년 기업활동관련 저해규제 개혁과제’를 통해 투자활성화를 위해 기업투자를 가로막거나 과도한 비용을 유발시키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규제개혁 과제는 공정거래, 토지이용, 금융, 환경·안전 등 총 8개 부문의 135건이며 모두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발굴·선정됐다. 전경련은 또 135개 과제 중에서 ‘기업의 신규사업 진입규제’, ‘투자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는 규제’, ‘준수가능성이 희박한 규제’ 등 대표적인 ‘기업활동 저해규제 사례 3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전경련은 이번 ‘기업활동 저해규제 사례 30선’에 대해 “업계의 애로사항이 많고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높아 규제가 완화될 경우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과제들로 엄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치게 획일적인 기준이 적용돼 투자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다. ○○에 있는 L사는 15만1800㎡(4만6천평)의 공장부지(지구단위계획내 소재) 안에 90㎡(30평) 규모의 창고 하나를 짓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창고를 신축할 경우 이미 허가받은 지구단위계획 내용(건축배치)에 변동이 생기므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거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L사는 19개의 첨부서류와 도면을 준비해야 했고, 500만원이 들어간 창고건축비의 8배나 되는 4000만원 가량을 인·허가 비용으로 쓰고서야 창고를 지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규제의 큰 틀안에서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경우에는 “이미 허가받은 지구단위계획구역안에 건축된 공장부지 내에서는 기업활동에 필요한 소규모 창고와 사무실 등의 신·증축은 건축허가나 건축신고로 갈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인 B사는 1908년도에 신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었다. B사는 이에 필요한 자금 500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의무비율(시중은행 45%)로 대기업에는 더 이상 대출해 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수한 신용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대출이 거절된 B사는 결국 기간도 짧고 금리도 높은 회사채를 발행해 M&A 자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기업에 대한 대출 여부가 그 기업의 신용도와 사업성이 아닌 인위적인 대출비율로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은 오히려 시장의 왜곡현상을 낳게 되므로 이 경우에는 중소기업의 대출 활성화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인위적인 대출비율 제한보다는 중소기업 대출금액 증가에 대한 인센티브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다른 법에 규정된 기준이 상충돼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인 D사는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현 사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하 7층, 지상 25층(6만6116㎡, 약 2만평, 투자금액 3000억원)규모의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축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던 중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 회사의 부지는 1필지이지만 용도지역이 두 개로 나눠져 3분의 2는 상업지역, 나머지는 주거지역이다. 하지만 건축법과 국토계획법상의 적용기준이 서로 달라 용적률 제한때문에 결국 2만6400㎡(8000평) 정도로 밖에는 지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대지면적에 관계없이 넓은 면적기준(상업지역은 고밀도 적용가능)에 속하는 용도지역 규정이 적용되지만 국토계획법에 의하면 용도지역에 따라 각각의 용적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거지역 부분은 낮은 용적률이 적용돼 결국 평균적으로 용적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동일 필지의 건축행위에 대해 건축법과 국토계획법간규정이 상이하면 수범자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며 “이 경우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계획법상 용도지역 기준을 한시적으로라도 건축법 기준으로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 관계자는 “규제개혁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며 “특히 최근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경제환경이 어려울수록 규제개혁을 계속 추진해 국가경쟁력도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미 기자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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