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해외진출 및 경쟁구도 미흡

유지관리 용이한 통합물관리 기술 필요

 

윤주환_사진.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윤주환 교수
물산업은 현재의 성장산업이자 미래의 블루오션이라고 한다. 환경부는 지난 2007년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미래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물산업 시장상황에 대한 포괄적 분석과 전망에 기초해 기술개발 및 경쟁력 확보 방안을 생각해 보자.

 

국내 물산업을 시장으로 구분하면 상수, 하수 및 물재이용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또 물을 이용해 재산과 시설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부차적 물시장이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 13조원 규모의 8할 정도가 상하수 분야이다. 상수는 흔히 제 1물산업이라고 하는데 마실 물을 공급하므로 강력한 법제도의 규제에 따르는 제도적 산업이다. 반면 하수는 공공위생을 위해 하수를 규제한도 내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특성을 가지며 이를 제 2의 물산업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수처리장 운영의 상당부분은 민간위탁 형태이다.

 

한편 물재이용시장은 주로 하수재이용을 말하는데, 환경부가 정책적 기술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물의 재생과 재이용이 위주가 되므로 제 3의 물산업이라 한다. 재이용 시장에는 다양한 형태로 물을 이용해 제품이나 시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장도 형성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아파트단지에 물관련 시설을 도입해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 외 부가적인 물시장을 편의상 제4의 물산업이라 칭하는데, 우선 생수 및 정수기 시장이 있으며 각각 5000억원 미만의 시장규모이다. 또 해수 담수화와 같은 대체 수자원을 만드는 것도 제 4의 물산업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물산업은 기본적으로 제도적 규제를 받는 시장이다. 따라서 시장진입도 어렵지만 시장 내에서도 매우 치열한 경쟁이 있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많은 시장참여자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물 분야의 정치-경제-사회적 특성이지만 정부-공기업-민간기업-NGO-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있어 통합적 관리와 산업형성이 힘든 실정이다.

 

기술개발에 있어 최신 패러다임은 에너지와 녹색성장이다. 사실 이 두 가지 개념은 새롭기 보다는 재조명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에너지 관련기술은 아직 과학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온실가스 문제와 얽혀 탄산가스를 낮추는 기술로 혼동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특징은 경제성 향상기술과 효율화 기술이다. 물분야의 에너지 사용량은 국가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한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의 약 2~3%에 지나지 않으므로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중 하수처리분야는 에너지 회수가 가능하며, 이들 기술들의 경제성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추세로 하수처리장에서 슬러지 부피 저감기술 위주에서 바이오가스와 같은 에너지회수 기술로 전환되는 것이 그 사례이다.

 

한편, 물의 재생과 재이용을 가능케 하려면 경제성 측면에서 수요 창출을 위해 극단적인 에너지절약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하수분야의 분리막과 같은 에너지다소비형 기술들의 적용여부는 자동화기술의 적용과 함께 단위 물 처리 당 에너지 사용량을 현재 기존 기술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분리막공정의 에너지 절감기술은 아직 초보단계이며 최소한 10년 이상의 집중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분리막기술이 에너지를 기존 기술수준으로 절약하기 힘들다면 새로운 돌파기술이 10년 이후 만들어질 공산이 있다. 여기에는 기존 전통기술을 극한적으로 집적화하거나 하이브리드화 한 기술도 포함될 것이다.

 

이와 함께 분리막 등의 원료소재의 극단적인 비용절감기술이 향후 5년간 이뤄질 것이다. 현재 상하수 분야 분리막의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1/5 수준이라고 하나 아직 가격 경쟁력이 낮으며 기술의 독립성도 낮다. 분리막 기술이 쉽게 적용되려면 분리막 가격이 기존 처리시설의 시설비 수준 또는 그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현재 분리막 가격이 높은 이유는 시장 형성 미흡과 초기 투자를 보상하기 위한 고가정책에 기인하며,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대기업의 진출과 경쟁구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또 다른 추세는 녹색성장기술로 대변되는 새로운 물관리기술이 만들어 질 것이다. 녹색성장과 관련된 기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녹색보호주의가 깔려 있다. 새로운 환경친화적 기준은 새로운 기술과 관리 기법을 요구한다. 녹색기술개념에서는 한두 가지 단위기술로는 국민과 기업, 정부 등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현실에 적합한 통합물관리기술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4대강사업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22조원을 투자하고 나면 결국 국민은 강의 수질을 보고 사업의 성과를 판단할 것이다. 이때 건설한 과정 보다는 결국 각 시설과 하천수질에 대한 지속적 유지관리가 중요해 진다는 뜻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지관리에 전체 재정의 2/3 이상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유지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상수도 가격은 운영원가의 80%에 지나지 않고 하수는 운영원가의 50%로서 시설재투자 즉, 감가상각까지 고려하면 원가대비 상수 50%, 하수 20% 수준이므로 불원간 유지관리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효율적 관리기술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이들 통합물관리분야는 아직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민간자본과 기술을 활용하는 추세가 급격하게 가속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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