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과의 마찰 최소화가 관건

필요성 인식이 종복원 성공의 길 열어 

 

이배근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배근 과장

지구의 생물종 들은 인류가 출현하면서 약 100~1000배나 빠른 속도로 절멸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 등으로 평균 기온이 1.5~2.5℃ 상승한다면 지구 동·식물종의 약 20~30%가량이 멸종될 것이며, 3.5℃ 이상 올라가면 전 세계 주요 생물종 대부분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으로 환경부에서는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221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중 생물다양성을 제고하고 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멸종위기에 처한 54종을 우선 선정해 국가 차원에서 “증식·복원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국내의 멸종위기종 증식·복원은 서식지 외 보전기관에서 식물 일부종과 황새, 따오기를 증식하고 있으며 서식 내 보전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월악산 산양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복원은 대상 종의 복원을 통해 생태계 전반의 조화와 균형을 되찾기 위한 것으로 매우 복잡하고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계획적·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의 시초로써, 이를 통해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모든 야생동물들이 이 땅에서 멸종되지 않도록 첫 걸음을 내딛는데 의의가 있다. 반달가슴곰은 과거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으나, 해수구제를 비롯해 서식지 파편화 및 파괴, 밀렵 등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부족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리산, 설악산 등 일부 지역에 소수의 개체만이 서식하고 있다.

 

2004년~현재까지 매년 우리나라 반달가슴곰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반달가슴곰을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부터 도입(Re-inforcement/Supplementation:재강화/보충 도입;재도입을 위한 IUCN/SSC의 지침, 기존의 개체군에 동종 개체들을 더하는 것)해 지리산 일대에 방사하고 있으며, 사후 관리 및 조사 연구 모니터링을 통한 안정적인 개체군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양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분포·서식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1950년대와 1960년대 강원도에 내린 폭설로 인한 먹이부족으로 민가 주변에 내려와 현지주민에 의해 약 6000개체 이상이 포획된 기록이 있으며, 이후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직면한 종이 됐다.

 

산양 복원사업은 같은 어미로부터 태어난 개체들 간의 근친교배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개체수 유지가 힘든 상황에 처해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증식·복원 종합계획’에 의거 재강화/보충(Re-inforcement/Supplementation, 기존의 동종 개체군에 개체를 보완하는 것)을 위해 지난 2007년 강원도 양구-화천 지역에서 10개체를 도입·방사했다.

 

복원사업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인을 IUCN / SSC의 지침에서는 서식지, 복원대상종, 정치-사회적& 경제적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3가지 요인이 모두 충족돼야 성공적 재도입 가능성이 높다(IUCN, 2006). 그간 반달가슴곰 및 산양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복원대상종의 확보와 서식지 환경 보전/보호를 우선 과제로 노력해 현재 서식지 내인 지리산과 월악산에 방사된 개체들이 잘 적응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고려되고 있는 정치-사회적&경제적 요인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 가느냐에 따라 복원사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지역사회의 협력을 유도해 사회적, 정치적 합의 및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의 피해에 의한 지역주민의 복원사업에 대한 반감을 줄이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피해방지 및 보상에 관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피해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은 개인의 이윤추구와 공공이익 간의 갈등, 즉 사회적 딜레마 현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공공목적의 명분이 확실함에도 개인적인 손해와 연관돼 있어 반대성향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전기휀스를 무상으로 설치해 반달가슴곰 뿐 아니라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고 있는데 현재 지리산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우선 지역을 분석해 140여개의 휀스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대인·대물피해에 관한 종합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해 피해에 대한 신속한 보상업무처리 등 보상체계를 확립해 운영 중이다. 이러한 피해예방 및 보상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함으로써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반달곰 지역협의회(17명/4개시·군)를 구성해 유관기관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불법밀렵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복원사업에 깊은 관심과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주민들을 반달가슴곰 명예보호원(15명)으로 위촉돼 지리산의 자연환경과 반달가슴곰을 보호/보전하는데 지역주민 스스로가 앞장서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복원하는 것은 국가 생물다양성증진을 위한 노력으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과 월악산 산양의 복원은 복원대상종만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생태계 시스템복원사업이다. 우리가 현재 수행하는 복원사업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 줄 중요한 과정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세대의 책무인 현재의 종을 그대로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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