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사진.
▲도시생태학연구센터장 최진우 박사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 협의 진행시 생태계 분야의 현황자료 및 평가기준이 미흡해 많은 문제점이 발생돼 왔다.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녹지자연도는 각 지역의 자연성 및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국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식생의 잠재성 및 생태적 천이가 진행되는 군락에 대한 평가가 무시되고 있다. 녹지자연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생태자연도가 보전지역과 이용가능지역을 구분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데, 광역적 축척(1/25,000)으로 작성돼 국가 및 지역차원의 국토계획에는 적용이 용이하나 도시개발 및 관리계획의 기본도인 1:5,000 축척에 적용시키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도시단위에서 정밀한 도시생태 현황을 조사해 친환경적 도시계획에 적용할 수 있는 비오톱지도(도시생태현황도)가 작성되고 있다. 서울시가 2000년 가장 먼저 독일의 베를린시 비오톱지도화 방법론을 응용해 비오톱지도를 제작한 이후 성남시, 광양시, 고양시, 시흥시, 원주시, 당진군, 천안시, 순천시 등 지방도시에까지 비오톱지도 제작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2005년 비오톱지도 작성지침을 작성하고 지자체별로 지도 제작을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 법적 수단으로 갖춰지지 않아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자체 비용으로 제작되고 있는 단계이다. 아직 전국적인 표준화된 틀을 맞추기보다는 지자체별로 단체장의 관심도, 도시계획부서의 협력정도, 사업비 및 사업기간, 지역 전문가의 관심과 참여, 연구진 역량 및 연구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해 진행되고 있다.

 

비오톱의 개념은 학문적으로 ‘공간적 경계를 가진 생물군집의 서식공간’으로 정의되고 있지만, 비오톱 지도화를 통해 적용되는 현대적 의미의 비오톱은 생물적 관점뿐만 아니라 토양, 수문, 기후, 지형 등 무생물적 관점과 휴양 및 녹지 이용 측면의 인간행태적 관점까지 포함되는 의미로 넓게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 성남시, 시흥시, 고양시 등에서도 생물서식처 개념뿐만 아니라 도시 내 물순환 개선, 엔트로피 저감 등의 무생물적인 도시생태계 관리개념이 포함된 비오톱 개념이 적용됐다.

 

도시개발과 자연보호에 적용할 수 있는 비오톱지도의 중요한 수단으로 비오톱유형과 비오톱평가가 있다. 비오톱유형은 생물군집 또는 생물군집의 일부가 유사한 생태적 조건하에서 서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환경생태계획으로 보다 쉽게 접목시켜 보전관리 및 수준 향상을 위한 차별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의 비오톱유형 분류 사례는 생물서식처 관점보다는 토지이용개념에 한정돼 분류가 됐고, 생태적 가치에 따라 상세하게 분류되지 못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생물서식처 관점에 따라 비오톱유형이 분류되고, 유형별로 특성을 파악해 차별화된 발전방향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비오톱유형 분류 단계를 거쳐 비오톱 평가등급 결과를 위주로 해 친환경적 도시관리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비오톱지도를 제작한 서울시에서는 비오톱지도가 각종 도시관리계획 및 환경성 평가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보존가치가 높은 비오톱평가 1등급 지역에 대한 개발 규제를 도시계획조례에서 규정하고 있어 타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전체 지역에 대한 상세한 비오톱 조사를 수행해 다양한 생태적 속성 자료가 구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오톱유형이 너무 간단하게 분류돼 있다. 특히 비오톱평가 1등급에는 자연림, 인공림뿐만 아니라 초지, 묘지까지 혼재돼 있어 비오톱유형 간의 상대적인 보존가치가 희석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에 잔존하고 있는 녹지 비오톱유형의 보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오톱유형의 질적 차이에 따른 보전 및 복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도시관리 단위의 환경생태계획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비오톱지도를 도시계획 및 관리시스템 차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초 생태조사자료 및 토지규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비오톱유형을 어떻게 친환경적인 도시관리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추진전략이 부족하며 실제로 각각의 비오톱유형을 대상으로 어떤 실천적인 관리나 가이드라인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오톱유형은 단지 비오톱 평가를 하기 위한 사전단계인 경계설정과 기초자료 구축의 의미로 여겨지고 있다. 비오톱유형 평가를 통한 가치등급화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동일한 가치등급 내에 속한 다양한 비오톱유형의 보전 및 복원 관리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독일에서는 자연보호와 경관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인 환경생태계획의 수단으로서 비오톱지도가 작성되고 적용돼 왔다. 국내에서는 친환경적인 도시계획에 적용하기 위한 기초자료 구축의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기존 환경분야의 공간관리 시스템인 토지의 규제수단으로서만 활용되는 한계에서 벗어나 비오톱유형별로 보전 및 복원을 통해 가치를 향상시키고 도시 생태계 관리를 위한 환경생태계획으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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