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전력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새해 들어 계속되는 한파로 인해 최근 4일 연속(1월5일~8일) 최대전력수요를 경신하고 있다. 최대전력수요는 1월8일 11시에 기록한 6856만kW였으며, 예비전력은 441만kW(예비율 6.4%)로 안정적 수준인 600만kW를 밑돌고 있다.

 

2009년 하계피크는 8월19일 오후 3시에 기록한 6321만kW로 5개월만에 전력수요가 535만kW나 증가했으며 이는 140만kW 용량의 신형 원전 4기의 용량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1993년 이후 16년만에 동계 전력수요가 하계수요를 초과하는 상황 발생한 것이 특징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2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전력수급 비상사태와 관련해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내가 먼저(Me, First)'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라며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당부했다.

 

이상한파와 경기회복으로 전력소비 급증

 

이처럼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 지경부는 이상한파에 따른 난방부하 증가와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용 전력소비 증가로 분석하고 있다. 난방부하는 전년대비 18.4% 증가한 1675만kW로 최대수요 대비 24.4%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는 2009년 하계 냉방부하 1278만kW에 비해 397만kW(31.1%)가 많은 수치다.

 

난방부하의 절대량과 최대전력수요에서 난방부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온이 1℃ 떨어질 때마다 전력수요는 40.9만kW씩 증가하는데, 2007년 19.9만kW, 2008년 26.0만kW가 증가한 것에 비춰볼 때 예년보다 기온 변화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경부는 최근 난방부하 증가 요인으로 △ 전기장판, 전기난로 등 가정용 난방기기 보급 증가(2006년 전기장판․담요 35%, 전기난로 33.3% 증가) △ 학교․빌딩 등에 투자비가 저렴하고, 관리가 편리한 시스템에어컨(EHP) 보급 급증(2005년 31만9천대에서 2009년 100만대) △ 타 에너지 대비 저렴한 전기요금(2006년에서 2008년에 등유 32.9%, 도시가스 12.2%의 요금인상에 비해 전기는 3.1% 인상)을 꼽고 있다.

 

한편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작년 11월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가 증가했는데, 이는 2002년 1월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예비전력 부족시 강제차단 할 수도

 

당초 올 동절기 최대전력수요는 6864만kW로 전망됐으나, 이미 당초 전망치에 근접(1월8일 6856만kW)하고 있는데, 최대전력수요가 6864만kW일 경우 공급능력 7322만kW, 예비전력 458만kW(예비율 6.7%)에 육박하게 된다.

 

또한 영하 10℃ 이하의 날씨가 수일간 지속되는 이상한파와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속도, 구정을 앞둔 조업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최대전력수요가 7000만kW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안정적인 예비전력은 600만kW이며, 400만kW 아래는 비상상황으로 보는데, 예비전력이 부족해지면 전력 주파수 및 전압조정이 어려워져 전기 품질에 민감한 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아울러 예비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용량 발전소(100만kW급 원전 등)가 불시에 고장을 일으킬 경우, 광역정전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특히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광역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순위에 따라 전력공급을 강제로 차단해야 하는 상황 발생한다. 실제로 이번 폭설로 인해 프랑스 등에서는 예비전력 부족 및 송전선로 고장 등으로 일부 지역에 대한 전력공급을 강제로 차단한 사례 발생한 바 있다.

 

에너지 낭비 공공기관은 평가에 반영

 

이러한 전력부족 사태에 대해 지경부는 공급능력을 최대한으로 확충하고, 부하관리를 통해 피크수요를 억제하는 한편, 고장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등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예비전력이 6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최대수요 경신이 예상되는 경우, 부하관리를 통해 120만kW의 피크수요를 감축하고 피크시간에 전력사용을 억제하는 고객에게 감축실적에 따라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급능력 확보와 피크수요 감축을 통해 예비전력 182만7천kW(예비율 2.8%p) 추가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지경부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등이 모두 참여하는 ‘전력수급대책본부’를 운영해 비상상황에 대응 중이다.

 

그러나 공급능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절감이므로 1~2월에 TV,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 전기절약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공공부문 솔선(Me First)을 위해 8202개 공공기관이 에너지절약 5대 실천항목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통보했다. 아울러 에너지절약 실태조사를 통해 에너지낭비가 심한 공공기관은 그 명단을 언론에 공표하고 기관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한편 제조업 위주의 에너지다소비 산업체는 이미 2006년에 에너지절약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에너지절약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피크시간대(10~12, 16~18시) 전력사용량이 많은 7대 서비스업종도 겨울철 전력수요 관리를 위한 에너지절약 5대 실천항목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전력수급이 더욱 악화되면 전경련․대한상의 등과 협력해 산업계의 자발적인 전력사용 조절을 유도할 계획이며, 불시점검을 통해 피크시간대 전력낭비가 가장 심한 기업은 명단을 공표(업종별 3개 내외 기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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