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증명)
환경 담당 교사의 73%가 비전공자

 

청소년의 기후변화 인식 수준 최저

 

녹색성장은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2000년 이래 매년 약 100여 명의 환경 교사가 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임용된 환경 전공 교사는 총 67명에 불과하고, 2008년과 2009년 두 해 동안 임용된 환경 전공 교사의 수는 제로이다.

 

한국의 학교 환경교육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전체 중고등학교 4570여 개 중에서 755개교(16.5%)만이 환경을 선택해 가르치고 있고, 그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한 전체 환경교사 1986명 중에서 겨우 54명(2.7%)만이 환경을 전공했고, 429명(22%)은 환경을 부전공한 현직 교사이며, 나머지 73%의 교사는 환경을 가르칠 준비가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불법이라고 할 수 있는 상치교사이다.

 

준비되지 않은 교사들이 환경을 가르치면서 비디오를 틀어주거나 자습을 시키는 등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그 결과 환경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환경 과목을 선택하고도 대학입학 시험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전용하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듯 2007년 환경부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해서 인식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이 바로 청소년들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0대가 기후변화 주요영향에 대한 인식도가 76.3%(전체 평균 91.0%)이고, 원인에 대한 인식도 역시 64.3%(전체평균 80.2%)로 인식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농림축산업 종사자와 학생이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인식도가 각각 89.9%, 83.1%, 원인에 대한 인식도가 각각 66.1%, 73.9% 수준으로 다른 부문 종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현재 학교 환경교육의 위기를 분석하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입시 위주의 학교 분위기와 같은 환경교육 외적인 조건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교육의 정체성이나 학문으로서의 독립성과 같이 환경교육 내적인 발전 정도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한국환경교육학회에서는 3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환경교육의 외적 장벽을 제거하는 노력과 동시에 내적 조건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예를 들어, 학교환경교육의 개선을 위해 대학입학 시험 과목에 환경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은 충분한 변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환경교육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근본적인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쪽으로 부분적인 합의가 도출됐다.

 

독립과목으로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실시할 때 갖춰야 할 정체성의 핵심이 통합성, 간학문성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속성을 학교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까? 이는 교육과정에도 담겨야 하지만 결국 결정적 열쇠는 교사가 갖고 있다. 이미 너무 바쁜 교사에게 새로운 부담이 추가되는 식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학생과 교사 사이의 밀도있는 상호작용은 학생이 그 과목에 대해 관심과 최소한의 가치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고등학생에게 있어 대학입시를 포함해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과목에 몰입하기를 기대하는 어렵다. 생활기록부에 자신의 프로젝트 활동이 상세하게 기술되고 이 내용이 포트폴리오와 함께 대학입학시험에서 입학사정관에 의해 평가될 수 있다면 학생들의 참여 수준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환경교육은 환경교육종합계획을 기본틀로 생각할 수 있다. 환경부의 환경교육진흥법 체계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육과정 체계가 종합계획 속에서 상호 보완적인 체계를 만들어간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환경부는 사회환경교육지도사 자격제도를 통해 인적 자원을 지원하고, 프로그램 인증제도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며, 환경교육센터 지정 제도를 통해 장소와 시설을 지원할 수 있다. 환경교육과의 예비 교사는 환경 정교사 자격증과 함께 사회환경교육지도사 자격을 획득해 두 가지 경로로 진출할 수 있다. 지역의 환경교육센터는 학교와 사회환경교육 단체들을 연결해주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창의와 인성을 강조하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등학교 ‘환경과 녹색성장’ 과목의 선택을 필수과목 수준으로 권장하고, 환경교육센터를 교수자원시설로 지정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학교에서의 과학기술교육을 전담하게 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학교에서의 환경교육 내실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자료를 개발, 보급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경을 부전공 한 교사들에 대해 프로젝트 수업을 충실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실용성이 높은 연수 프로그램과 운영 매뉴얼을 개발, 적용해야 한다. 수백 명의 환경 전공 교사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교사를 급하게 연수시키는 방안은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수단이다.

 

녹색성장교육은 환경교육이 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발전교육보다는 구체적이고 명료할 수 있지만, 환경교육이 갖고 있던 역사성을 이어받지 않을 경우 교육 외적인 목적의 도구로 녹색교육을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시수가 모자라는 과목의 교사들에게 환경교육 시간을 나눠 맡기는 준 범죄성 행위를 교과부나 교육청이나 학교가 반복해서 저지르는 일은 이제 녹색교육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는 중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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