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산업 개도국 이전 시, CO₂배출만 증가시킬 것

제련업에 대한 배려 정책 있어야 건전한 발전 기대

 

고려아연 이승차장_ 사진.

▲고려아연 에너지관리팀

이승 차장

정부는 작년 11월 국가온실 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까지 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는 안을 확정한 바 있다. 지난 12월 코펜하겐에서 폐회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비록 국가간에 구속력 있는 합의문은 끌어내지 못했지만, 내년 멕시코 당사국 총회에서의 타결을 목표로 협상 시한을 1년 연장하고 주요 쟁점사항들을 후속 협상에서 논의될 예정으로 보인다.

 

아연제련산업은 전통적으로 에너지다소비 업종이다. 하지만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아연제련산업이 기후변화 정책으로 인해 산업 생존에 큰 위협이 직면하고 있기에 국내아연기술의 우위성을 조명하여 정부의 기후변화정책 수립에 대한 고려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국내 아연제련소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다. 그리고 국내 아연 총 생산량 규모는 약 75만 톤에 이른다. 특히 온산제련소의 아연 생산량 규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련소로 꼽힌다. 아연은 주로 철강, 자동차, 건설, 조선사 등에서 철강부식 방지제 용도로 사용되는데 이로 인해 아연제련산업은 전, 후방 산업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산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연을 비롯한 비철금속 가격은 영국의 London Metal Exchange에서 결정이 된다. 때문에 생산원가의 상승분은 수요사에게 전가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거의 모든 원가 상승분을 생산자가 그대로 떠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만일 국내 아연제련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진행되어 비용의 증가를 초래한다면 국내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중국, 인도, 남미 등 개도국 경쟁업체의 생산이 증가할 것이다.

 

심각한 경우, 국내 업체의 생산설비가 온실가스 규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환경설비가 열악한 해외로 이전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한다면 지구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당연히 증가할 것이고, 국내 경제에 직접적 타격은 물론, carbon leakage와 같은 매우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후변화 관련 정책 수립은 아연제련산업에 대한 국가경쟁력 저하와 동시에 추가적인 온실가스 발생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 모 제련소의 경우 2005년 이후부터 매년 투자비의 약 10% 정도를 에너지 원단위 향상, 친환경 연료 전환 그리고 고효율 에너지 설비 적용 등에 투자하여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해 왔고, 최근에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시스템 구축과 K-CER 등록을 통해서 온실가스 감축 업무를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에너지 목표관리제 등을 통하여 에너지 절감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물리학적 한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보유한 국내 아연제련소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어 정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도 세계 대부분의 아연제련소들은 잔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 아직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잔재는 아연, 연, 은, 인듐 및 기타 금속이 함유되어 있는데 습식제련의 부산물인 관계로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형태로 용출될 수 있어서 플라스틱 재질로 라이닝(lining)된 저수지 형태에 저장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국내 아연제련소는 이러한 방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잔재를 획기적인 기술로 처리할 수 있도록 상당한 시간, 노력과 자금 투자를 통해 잔재처리공법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운전하고 있다. 이 공법은 잔재를 고온에서 처리해야 하므로 환원제와 열원으로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하게는 이산화탄소 다량배출 공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잔재에 포함된 유가금속을 회수하여 자원을 재활용하는 도시광산 역할을 수행하고 그 잔류 물질은 안정한 슬래그로 만들어 골재 등의 재료로 쓰게 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동시에 환경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혁신적 기술로 유명하다.

 

국내 아연제련소는 이 공법으로 아연, 연, 동, 금, 은, 인듐, 갈륨, 코발트, 게르마늄, 안티몬 여러 비철금속과 희소금속을 회수하여 원료 정광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연간 22만 톤(아연광산 생산규모로 세계 20위 정도의 아주 큰 광산 규모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기술은 대한민국의 자원독립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해외광산에서 채광, 선광 및 정광 수송량 감소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되는 효과는 최대 연간 6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잔재처리기술로 국내 아연제련소가 원료 공급, 인건비 및 전력비에서 월등히 유리한 중국과 인도 등의 제련소와 경쟁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고, 또한 이 기술은 자원 재순환과 환경오염 방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국내 아연제련산업만의 실질적 표준(defacto standard)이 되었다.

 

국내 아연제련산업은 국가경제와 전, 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은 선진국 사례를 보아도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중국, 인도 등 해외 제련사와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정부는 기후변화 관련 온실가스 감축량 할당 정책과 함께 국내 아연제련산업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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