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착된 dpf 장치.

▲트럭 하단에 DPF를 장착한 모습. 서울시는 DPF의 성능 미흡을 이유로 1차 경고조치 없이

퇴거명령을 내려 업체의 반발을 샀다.(사진=서울시)


업체-불량설치, 서울시-규정위반, 환경부-부실인증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지난 2005년부터 환경부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등 수도권 자치단체와 함께 추진해온 매연저감장치(DPFㆍDiesel Particulate Filter) 사업이 총체적인 부실을 겪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제작업체와 서울시가 서로 미루고 있다.

 

환경부와 각 지자체들은 수도권 대기오염의 대표물질인 미세먼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유차의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매연저감장치 부착 및 저공해차 개조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2005년부터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총 제작비의 90%를 환경부와 지자체가 각각 절반씩 지원해 일반버스와 마을버스 등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하도록 했다. 경유차 1대당 700여만원에 달하는 이 제품들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만 제 기능을 하는데, 마을버스와 청소차 등 저속주행 차량에 부착하면서 매연저감 효과가 미흡해 결국 서울시는 퇴거명령 후 지원금을 환수 조치했다.

 

매연저감장치의 원리를 살펴보면, 배기가스 자체 열이 산화촉매장치 활성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배기가스가 자동 산화된다. 이 산화작용에 이어 세라믹필터에서 포집한 매연의 입자성 물질이 연소반응을 일으키면서 매연 대부분이 CO₂와 H₂O로 전환돼 제거되는데, 백금 소재의 산화촉매장치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배기온도가 섭씨 250도 이상 돼야 한다.

 

10대 중 4대는 성능 불량

 

운행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적재 차량은 50~60㎞ 속도로 달릴 때 배기온도가 이 정도에 도달한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 이보다 속도가 낮은 상태에서도 배기관에 별도 연료가 분사되면서 인위적으로 배기온도가 높아져 산화ㆍ연소 작용이 가능하지만 2005~2006년 당시 매연저감장치는 저속주행에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효과가 미흡했다.

 

2006년 당시 각 언론매체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매연저감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환경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를 비판했다. 결국 서울시는 매연저감장치의 성능에 대한 조사를 벌여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해 퇴거명령과 함께 지급된 보조금 65억원 가량을 환수조치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2006년 매연저감장치의 성능을 검사한 결과 버스의 40%가 기준에 미달해 퇴거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경유차 배출물질.

▲1시간 동안 경유차량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포집한 양. 와이셔츠 깃이 새카맣게 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물질 때문이다.


만만한 업체에게만 책임 전가하나

 

그러나 SK에너지, 일진전기, 현대모비스 등의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2008년 3월, 26억원을 돌려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업체로서는 서울시가 장치 불량에 대한 책임을 계약관계상 ‘을’의 입장인 제조사들에게만 묻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매연저감장치 업체 관계자는 “규정에 보면 1차적으로 경고조치하고 이후 2차검사에서도 불합격했을 시에 장치퇴거를 명령하게 돼 있는데도 서울시가 이를 어기고 경고 없이 바로 퇴거조치를 내렸다”면서 “지금까지도 업체들은 실수로 잘못 장착하는 경우 자발적으로 퇴거조치하고 지원금을 반납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업체들은 일부러 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장착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지만 사업초기라 시행착오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업체들은 차량을 소지한 개인이나 업체의 관리 소홀로 인한 고장까지 업체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유사경유를 사용하는 현장을 적발해도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 고스란히 장치불량을 이유로 제조업체가 책임을 떠맡게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년이나 사용하고 고장나도 지원금 전액 회수

 

환경부 역시 언론 보도 이후 시정조치에 나서 ‘저감장치 부착 후 문제가 발생한 차량의 경우 복합 DPF 등 신규장치로 교체했으나, 차량의 상태가 노후화되고 엔진오일 누수 등 관리상태가 열악한 경우에는 복합 DPF로 교체 후에도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현장 점검결과 문제가 재발한 차량의 경우 원인을 정밀 분석한 결과 저감장치 부착이 부적절한 차량으로 최종 판단 시 원형으로 구조 변경 조치하거나 폐차를 적극 유도했다.

 

한편 업체들은 제품에 대한 보증기간을 3년으로 정했지만 1, 2년 사용 후 고장이라며 반납했을 때 기간에 따라 반납금액을 산정하지 않고 전액을 회수한 것 역시 잘못된 행정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차량 용도에 맞지 않았거나, 성능을 발휘하기 힘든 노후차량, 망가진 장치들, 개폐장치의 고장원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당시 관에서 관련 예산을 빨리 집행해 조기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둘렀던 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매연단속차량.
▲서울시는 DPF의 부적합 차량에 대한 장착이 전적으로 제작업체의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제작업체 책임’ 주장

 

이에 반해 서울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당시 매연저감장치 사업에 관여했던 서울특별시 맑은환경본부 이인근 대기관리담당관은 “결코 정도를 벗어날 정도로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자신들이 만든 장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업체들이 무성의하게 장착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업체에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물론 백에 하나, 둘은 사용자 책임으로 인한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사업 초기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경고 없이 퇴거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시행 초기 질서를 확립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대기업이기 때문에 믿고 맡긴 것이다. 3년간 성능보증에 대한 사후관리비 100만원까지 더해서 개당 600~700만원의 고가로 장치를 판매했으면 당연히 업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2006년의 강력한 조치 이후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이 극히 적어졌다고 말했다. 이인근 대기관리담당관은 “상당부분 자신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오히려 억울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은 서울시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며 적반하장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서울시는 행정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트럭에 장착된 모습.

▲감사원은 중형장치를 부착해도 충분한 차량에 대형장치를 부착해 33억원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서울시)


환경부 승인과정에서도 문제점 드러나

 

그러나 환경부 교통환경과 이세호 주무관은 당시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한 차량의 배기온도를 기준으로 적합차량을 선별하도록 함으로써 지자체들이 혼선에 빠졌다고 판단하고 2007년 12월에 인증서를 모두 회수하고 차량용도별로 분류해 마을버스나 택배차량과 같은 저속차량에는 장치를 부착하지 못하도록 인증 기준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애초 매연저감장치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마을버스 등의 차량에는 장착하지 못하도록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매연저감장치들은 애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었을까? 당시 보조금을 지급 받은 제품들은 모두 국립환경과학원의 심사를 통과해 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제작업체 뿐만 아니라 환경부의 잘못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2008년 1월 감사원은 저감장치 승인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며 인증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부실한 장비가 인증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조원가 산정 과정에도 일부 용역기관의 부실한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뒤 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사업비 380억원을 낭비했다며 환경부에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다. 부실한 장비를 턱없이 높은 가격에 산 꼴이다.

 

dpf 제품.

▲감사원은 DPF의 제조원가 사전과정에서 부실한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정해 지나치게 높은 원가를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제공=서울시)


중형장치 대신 값비싼 대형장치 장착

 

또한 중형저감장치만으로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7039대에 대해 대당 47만원이 비싼 대형저감장치를 장착하도록 해 보조금 33억원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감사원은 당시 업체들은 실적을 위해 50만원 가량의 폐차 직전 중고차에 개당 700만원이나 하는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하는 웃지 못할 일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보조금 지급 차량에 대한 의무운행기간이 있지만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서울시는 자체 내부 규정을 통해 제작업체가 차량소유자에게 3년간 폐차를 금지하는 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차량소유자가 이를 어기고 차량을 폐차시켰을 때 서울시는 각 개인이 아닌 업체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조금을 회수함으로써 문제를 키웠다고 환경부 관계자는 전했다. 업체로서는 제 발등을 찍은 격이다.

 

경유차량에 장착된 소형 dpf.

▲부실한 DPF사업으로 인해 귀중한 혈세가 낭비된데에는 업체와 공무원들의 실적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서울시)


서울시, 실적 위해 편법 동원

 

업체와 서울시의 책임공방 소재를 추적하다보면 결국 업체와 공무원의 실적경쟁으로 인해 귀중한 세금이 낭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들게 된다. 감사원이 밝힌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실적을 늘리기 위해 시행규칙을 바꿔 멀쩡한 차에 저감장치를 달도록 한 사례마저 있었는데, 이로 인해 국민 혈세 1906억원이 낭비됐으며 이는 환경부와 서울시가 2004~2006년 DPF 사업에 투입한 총 예산 5113억원의 37.3%에 해당하는 액수다.

 

법령에는 배출가스 검사 결과 부적합 차량에만 저감장치를 달도록 돼 있지만, 법령을 무시하고 총 중량이 5.5톤을 초과하는 대형 차량은 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저감장치를 부착하도록 시행규정을 바꿨다. 편법을 동원한 셈이다. 그 결과 경유차 5만1411대가 검사를 통과했는데도 저감장치를 달게 됐고, 이로 인해 1506억원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매연저감장치는 유통구조가 복잡해 유통마진이 높고, 매연저감장치를 달면 돈을 주는 방식으로 유통마진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마케팅을 진행한 업체도 있다”면서 “업체와 지자체가 모두 실적에 눈이 어두워 무리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예산만 낭비하고 책임을 서로 미루는 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에게 DPF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졌지만 “경유차도 DPF를 장착한 신형 차량은 가격이 그만큼 높게 책정됐다. 원래 DPF의 가격이 매우 비싸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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