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종일 기자] 이명박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했던 1월28일, 국내 언론에는 같은 장소에서 발표된 한국의 환경성과지수(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EPI)가  ‘163개국 중 94위’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2010 EPI 지수는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당혹케 했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앞다퉈 ‘EPI 지수’를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비판하는 자료로 인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국가환경성적 94위, 원인과 처방은’이란 주제로 11일 정동 동양빌딩 레이첼 카슨 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지정토론으로 참여한 교수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이상헌 한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고탄소 산업 구조 유지’(장병호 내일신문 기자), ‘성장지상주의(임성진 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등을 통해 한국 환경 순위가 하락 됐다고 분석하며, 시민사회단체들과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주제 발표를 한 두 전문가는 EPI 지수가 상당히 한계가 많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의 발표는 맹목적 신뢰에 기반한 감성어법과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주제 발표자들은 EPI 지수가 뚜렷하게 한계가 있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세부인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환경지수평가는 올림픽 경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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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연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장재연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환경지수평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가 아니다”라며, 국제경기가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을 때 대중들이 운동경기에 퍼붓는 비난 비슷한 것이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정부에 가해지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리고 장 교수는 “성적이 나쁜 국가가 평가방식을 비난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2010 EPI 평가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비판했다.

 

장 교수는 한국이 예일대학·컬럼비아대학이 다보스포럼에서 지난 10년간 발표해 왔던 환경지수에 민감해왔던 역사를 고찰하며 주제 발표를 시작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환경지속성지수(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dex)란 이름으로 발표된 순위에서는 2001년에 95위/122개국, 2002년 135위/142개국, 2005년 122위/146개국, EPI지수로 발표된 순위에서는 2006년 42위/133개국, 2008년 51위/149개국, 2010년 94위/163개국의 변화를 보였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한국은 2006년과 2008년에 환경지수평가가 좋았을 뿐이지 2010년 EPI 지수보다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았던 해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OECD 국가 중의 환경지수평가 순위로 아이슬란드 , 스위스, 스웨덴이 항상 상위권이고, 터키, 벨기에, 한국이 하위권을 형성해 왔다”고 밝히며, 한국과 일본의 EPI 지수 비교를 통해 한국이 환경지표에서 개선해야 할 것들을 점검했다.

장 교수는 종합평가를 통해서 “한국이 환경보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종 다양성, 어업, 생태계 대기오염 분야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요약했다. “선진국 중에서 환경후진국은 찾기 어렵다”며 경제 발전에 걸맞는 환경인식 발전과 환경부 차원을 넘어 범 정부적으로 국가체질을 바꾸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장 교수는 정리했다.

 

EPI 지수 신뢰에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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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기 환경부 정책총괄과 과장

홍정기 환경부 정책총괄과 과장은 한국의 순위변화를 “환경성질병부담, 생물다양성, 농업 범주등이 2008년 대비 개선됐으나, 대기오염, 수질, 수량 부문은 다소 하락하고, 기후변화, 산림부문이 크게 악화됐다”고 정리했다.

 

홍 과장은 EPI 지수의 “평가 기초자료가 각 국가에 요청해서 얻은 자료가 아니라 국제 기구 및 연구소가 사용하는 자료를 인용 또는 재가공해 사용”하는 것이라 말하고, 2008년 지수 때 2005년 자료를 사용했으나 평가 대상국이 증가되면서 공통 적용 기준년도가 과거로 회귀한 점, 상하수도 보급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물위생 분야 순위는 추락한 점, 2008년 자료가 업데이트 되지 않아 2003년 자료를 대체한 농업용수 순위는 추락한 점 등을 중심으로 EPI 평가측의 주관성을 비판했다.

 

아울러 홍 과장은 “유사한 항목을 가지고 비교적 짧은 주기(2년)로 평가가 이뤄지지만 국가별 순위가 큰 폭의 변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고 밝히고 “기초 데이터에 대한 대상국의 검토가 없어서 정확성이 담보되지 못한다”고 EPI 지수의 신뢰성을 의심했다.

 

litdo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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