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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1일, 40여 개가 넘는 화학물질 관련 법령을 통합해 유럽연합의 新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시작했다. 국내에 초강력 무역규제로 소개돼 유럽을 중심으로 화학물질 관리 방식이 대폭 변화하고, 특히 국내 관련 산업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했던 REACH 등록(registration)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REACH 등록을 주관하는 유럽화학물질청은 개별기업이 등록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 기술서류와 안전성평가보고서 작성법을 정리한 약 6000 페이지 분량의 기술지침서를 최근까지 보완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 개별 기업을 비롯한 등록예정자가 등록서류를 스스로 검토할 수 있도록 기술적 완전성 검토 툴을 개발해 제공했다.

 

2006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로 매년 수차례 세미나를 통해 REACH 제도를 소개했고, 우리 기업의 대응을 지원하고자 법령 전체와 주요 기술지침서를 번역해 제공하는 등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유럽 화학 산업의 본고장인 독일 내 현지 기업과 비교할 때, 한국 화학 관련 기업의 REACH 제도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등록을 준비하는 기업 담당자들을 보면 규제의 제정 배경과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실질적인 등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REACH 등록 서류는 물질정보교환포럼(SIEF)을 통해 생산된 정보를 공동으로 제출하는 공동등록(Joint submission)과 개별기업이 직접 준비해야 하는 개별등록 자료를 취합해 화학물질의 완전한 등록서류가 완성된다. 이 개별등록 자료에는 단일 화학물질 생산자부터 두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혼합하는 제조자, 여러 혼합물을 가지고 최종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전체 공급망에 걸쳐 화학물질의 사용용도를 기술지침서에 따라 정의해야 한다. 즉 이러한 정의를 위해서는 상ㆍ하위 공급망에서 용도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등록서류에 입력할 용도 정보 교환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사용용도를 정의하는 방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용용도를 주고받아야 할 상ㆍ하위사용자 사이에 왜 이러한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지 소통(疏通, communication)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만약, 공급망 상의 용도정보를 포함하지 않으면 완전한 등록서류가 만들어 질 수 없고, 이러한 경우 화학물질 유통에 제한을 받게 된다. 독일, 프랑스, 네델란드 등 유럽 내 주요 국가는 제도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위반시 제재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 가고 있다.

 

1000톤 이상 유통되는 화학물질과 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을 가진 1톤 이상 유통되는 독성물질의 등록시한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등록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과 공급망 상에 있는 상ㆍ하위사용자를 포함한 산업계의 집중적인 노력, 무엇보다 소통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REACH를 비롯한 환경규제는 유럽연합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터키, 대만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준비 중으로 여러 국가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준비 중인 REACH 등록은 한 번의 통과의례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비슷한 노력을 두고두고 반복해야 한다.

 

우리가 ‘글로벌 환경 규제’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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