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진 원장2
산업경쟁력 고려한 녹색화 추진해야

비의무감축국, 강제할당 사례 없어

 

저탄소 녹색성장의 근본적인 목적은 녹색기술 혁신을 통한 지구온난화 완화 및 국가ㆍ기업의 경쟁력 제고이며, 산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를 규제 위주로만 접근할 경우 투자위축, 생산기지 해외이전 가속화, 수출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녹색성장 패러다임에 걸맞게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산업의 녹색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녹색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녹색법 시행령은 정부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일정 부분 수용했지만 ‘중대한 문제’나 ‘특별한 사유’ 등의 단서 조항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두었으며 특히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정보 유출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관리업체가 실적을 허위로 보고하는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환경부가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명세서에 포함되는 주요정보(사업장 규모, 종류, 생산설비, 제품원료, 에너지 사용시설의 가동시간 등)는 기업의 생산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중요한 정보이므로, 외부 유출시 기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산업계는 공동건의문을 통해 명세서를 정부가 인정한 검증기관의 검증을 받은 검증서 또는 기후변화 경쟁력지수로 대체를 요구한 바 있다. 기후변화 경쟁력지수는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한 지수이다.

 

그러나 시행령 제31조 3항에서는 기업이 생산 공정별 설비, 가동률, 투입 현황 및 설비별 온실가스 배출 현황 등을 정부에 제출하고, 35조 1항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관리업체가 명세서의 비공개 요청을 할 경우 비공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마련됐다. 기업의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으나, 시행령에는 보안규정과 관련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명세서의 공개와 관련해 ‘특별한 사유’란 단서를 달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으로 사업장별 데이터 산정·검증방법 등 세부적인 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안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감축계획을 수립하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나, 시행령 부칙 제1조에서 지난 4월14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에너지·온실가스 산정 방법 및 검증방법 등에 대한 국가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국가 온실가스 배출기준(전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 포함)이 미비한 상황에서 올해 내 모든 업체의 정확한 인벤토리 구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기업이 국가에서 구축한 인벤토리에 따라 현황을 파악하고 목표량을 설정할 수 있도록 목표관리제 시행 시 기업들에게 준비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미국 환경청(EPA) 행정관 Lisa Jackson은 5만~7만5000 CO₂톤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해 2013년까지 규제시행시기를 유예하며, 7만5000 CO₂톤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규제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규제 대상과 시기를 완화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주변국의 상황을 주시하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준량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업체 및 에너지 소비업체를 대상으로 목표를 설정·관리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그러나 목표설정 및 관리는 강제할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무감축국가도 아닌 상황에서 사업장별 목표를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업장별 목표 의무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시행될 경우 주요 산업의 생산비가 2020년에 최고 7조700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의무감축국가 중에서 강제할당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없으며, 의무감축국가 중에서도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감축을 시행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의 경우 의무감축국임에도 불구하고 강제 감축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법령에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과도하게 저해하지 않도록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온실가스저감 실행상황을 주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책추진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대해서도 녹색성장위원회, 센터, 소관부처(부문별 관장기관) 간의 경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부처 간 업무중복 및 갈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센터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행령 제정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법령상의 체계를 정비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서 위임한 사항과 지난해 발표한 국가 중기 감축목표의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실행모드에 진입한 국가 녹색성장정책이 더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정부는 시행령관련 세부지침 마련 등 제도 운영과정에서 온실가스 원단위 허용, 온실가스·에너지목표 이행실적 간 상호인정, 조기 감축행동의 인정, 목표초과달성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업계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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