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섬유 재활용률 0.6% , 99.4%는 소각처리해

석면 단점 보완한 친환경 섬유합판 슬레이트 개발

 

[환경일보 이병석 기자]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나 천정마감재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기존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는 데는 비용적인 면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아울러 향후 사용될 제품은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현대산업트라이던트(주)는 석면 슬레이트를 대체할 친환경 섬유합판 슬레이트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섰다. 동남아시아 및 일본, 유럽 등에서 기술을 인정받고 환경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대산업트라이던트(주)의 김홍근 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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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산업트라이던트(주) 김홍근 대표
1. 국내 석면 슬레이트 설치 및 철거 현황은 어떤가.

지난 1960~1970년대 설치된 전국 석면 슬레이트 가옥은 약 30만호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40~50년이 지난 현재 노후된 슬레이트 지붕의 표면이 부식되고 석면 비산의 우려 등으로 석면에 대한 위해성이 드러나면서 최근 석면 슬레이트 철거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철거 및 처리비용이 300만원 이상에 달해 영세한 농어촌 현실에서 기피하고 있는 경향이 높아 슬레이트 지붕재 철거 및 처리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 최근 석면 슬레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우리가 개발한 ‘섬유 합판 슬레이트’는 페섬유와 자투리 섬유로 만들어지는 환경 친화적 제품으로 기존 석면 슬레이트와 양철 슬레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의 친환경 슬레이트 제품이다. 인체에 무해한 최첨단 섬유 합성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산(酸)에 강하고 내부식성이 뛰어나다. 또한 제품이 섬유와 섬유를 여러겹 겹쳐 제작을 하게 되는데 이 제품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열을 이용한 비접착 제품으로 냄새도 나지 않는 친환경적 제품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만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강도가 월등히 뛰어나 반영구적인 제품수명을 갖고 있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3. 친환경 슬레이트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원래 환경플랜트 설비를 하는 업체로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이전부터 ‘석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석면이 폐암을 유발할 수 있고 건강에 유해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폐섬유에 대한 자원화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해 친환경 슬레이트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아마도 발상의 전환이 이 제품을 만들게 된 시초가 아니었을까.

현재 국내 환경플랜트 시장의 경우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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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산업트라이던트가 개발한 친환경 섬유합판 슬레이트의 모습
4. 섬유소재로서의 장단점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소재가 섬유이기 때문에 석면 슬레이트나 철 슬레이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철 슬레이트의 경우 산과 습도에 약한 단점이 있다. 가축축사의 경우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산과 실내와 외부의 온도차로 발생하는 물방울 등이 부식을 일으키기도 해 축산농가에서 많이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기능성 슬레이트로서 전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고, 기온이 낮은 지역의 경우 단열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이 만이 내리는 곳에 섬유합판 슬레이트를 설치한다면 단열효과는 물론,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의 경우 소음이 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페인트가 잘 도색된다는 점과 부러지지 않는다는 섬유의 장점을 극대화해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5. 국내 폐섬유의 자원화는 얼마나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내 폐섬유 처리과정은 0.6%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 99%는 거의 소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폐섬유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유는 섬유자체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섬유’ 자체는 유해하지 않지만 폐섬유를 소각처리하는 것은 다른 플라스틱 등의 화학물질이 소멸하는 과정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친환경적 소각처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원화’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6. 친환경 슬레이트 보급에 앞서 기존 슬레이트 철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지 않나.

기존 슬레이트 철거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80%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석면 슬레이트가 완전히 철거되기까지 향후 2~3년, 혹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현재 석면 슬레이트 위에 덧씌우는 형태로 처리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기존의 것이 제거되지 않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 어쨌든 석면은 철거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제품을 개발한 것은 기존의 제품이 유해한 만큼 향후 설치될 슬레이트는 단연코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7.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제품으로서 상용화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품화는 이미 완료된 상태이며, 현재 국내 시장만이 아닌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도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 앞서 말한 축산농가나 산에 노출이 많은 철강생산업체 및 도금업체에서 반응이 좋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외의 경우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공략 중이며, 현재 캄보디아 정부와 새마을 공동주택사업(Low Cost House) 50만호 건축과 관련해 계약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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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산업트라이던트는 최근 부산하우징페어, 대한민국 에너지대전 등 참여를 통해 친환경 섬유합판

 슬레이트의 기술을 인정받고 대표 환경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8.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출시까지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았다. 제품을 만들고 성질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처음 만드는 제품이다 보니 시험에 대한 기준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또한 우리 제품이 난연성 및 고강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섬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 그것을 깨는데도 어려움이 존재했다. 하지만 직접 제품시연 및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제품의 강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9. 환경에 대한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있나.

물론이다. 환경과 관련된 다른 모든 분야가 나의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중 개발도상국에서의 병원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병원 폐기물은 적출물과 일반 쓰레기로 나뉘는데 폐기물별 준수해야 할 처리 기준과 법령이 있다. 하지만 저개발 국가의 경우 소각설비가 없어 대부분 매립을 하고 있는데, 이는 박테리아로 인한 토양오염 등으로 사스나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유발할 수 있다. 삶의 터전인 토양을 지키는 것은 수질 오염과도 직결되는 만큼 체계적인 처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소각 기술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이제 환경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개도국의 환경개선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목표이지 않을까 싶다.

 

10.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해외의 경우 자원화에 대한 관심은 어떤가.

직접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마케팅을 진행해 본 바, 환경 및 자원화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화되고 있다. 자원화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바로 ‘분리수거’이다. 우리나라처럼 짧은 시간에 분리수거가 정착된 것은 한 마디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자원화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 자원화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재활용, 자원화가 어려워 우리 제품과 같은 섬유 슬레이트 제작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도 점진적으로 자원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11. 페섬유 자원화에 대한 인식제고가 필요할 것 같다.

최근 태양력,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물론 그런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의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것 또한 그 효용가치가 무궁무진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석면 슬레이트 시장을 대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화되지 못한 쓰레기들을 ‘자원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어떤 제도나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에너지’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와 함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들을 재활용을 통해 에너지화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12.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플라스틱, 캔, 폐휴대폰 등의 재활용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섬유에 대한 부분은 거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다고 할 만큼 미미하다. 섬유부분의 재활용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벗어난 것들인 많이 존재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커 책임감도 느낀다. 그런 부분에 우리 제품이, 우리 회사가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공익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이 부여되길 하는 바람이다.

 

kiwo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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