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의 딸이라 불리는 북유럽 강국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Helsinki) 시는 늘어나는 인구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0년부터 시내에 건축물을 신축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비키(Viikki)로 유도했다. 비키는 헬싱키 도심 서쪽으로 약 18㎞ 떨어진 외곽에 위치, 해안지역을 끼고 주변의 그린벨트 지구와 인접한다. 1만7500명이 거주하며, 전체면적은 약100만㎡인데 주택과 과학공원이 85%에 달한다.

 

비키는 헬싱키의 ‘환경 Agenda 21 프로그램’ 환경친화 주거복합도시를 실현한 곳이다. 생태과학과 농업, 생태기술 등을 활성화시킬 국제연구센터와 함께 자연보존을 모토로 다양한 계층이 거주하며, 아이들이 자연 가까이 뛰어 놀기 편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도록 녹색을 연결했고, 에너지절약, 친환경에 주력했다. 세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 저층 친환경설계로 재활용이 늘고 소비와 오염물질이 줄어 지속가능한 생활패턴 정착 등 여러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비키가 자랑하는 가장 큰 부분은 지역공동체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영역구분과 소속감 부여 목적으로 담장을 쌓고, 상징물을 세워 입구를 특화해 구획을 나누는 것이 우리네 현대 주거지 조성 기준이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 구로구의 한 마을에서 5개 아파트 단지의 12개 동이 담장을 허물어 하나의 마을이 됐다. 지금껏 아파트 내에서 담을 허무는 일은 있었지만,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아파트 단지가 함께 담장을 없애고 한 마을이 된 경우는 처음이다. 서로를 경계하며 내 땅, 네 땅을 나누고 불신의 벽을 높여왔던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는 조경 측면에서 담장을 제거하고자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을 공동체가 함께 살아나게 됐다.해당 지자체가 여유와 인내를 갖고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거친 것도 적잖은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이 불필요한 우월의식과 차별화 감정을 잠재우고 사회문제와 계층 간 갈등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